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UAE의 적성국인 이란에 대해 강경 발언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부다비 UAE군 합동항공사령부 내에 위치한 우리 군의 군사훈련협력단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UAE간 군사 협력을 더욱 긴밀히 하는 데 아크부대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왜 UAE에 오게 됐느냐, UAE는 바로 우리의 형제국가이기 때문”이라며 “바로 여기가 대한민국이고 우리 조국이다. 여러분들이 국가로부터 명 받아서 온 이곳은 타국 UAE가 아니고 여기가 바로 여러분의 조국”이라고 강조했다. 부대의 별칭인 아크(Akh)는 아랍어로 형제를 의미한다.
윤 대통령은 “두 나라는 서로 여러 가지 군사적인 협력을 하고, 많은 군사적 정보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며 “여러분들이 이곳에 와서 활약하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국방력을 전 세계에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직 대통령의 아크부대 방문은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격려 방문 이후 5년 만이다. 윤 대통령이 ‘우방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하며 이란을 겨냥한 데는 향후 군사·방위산업 등 분야에서 UAE와의 협력이 더욱 증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UAE는 미국이 중동 개입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이란의 팽창에 맞서기 위해 방산 수요를 늘리고 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은 이날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300억 달러(약 37조 원)의 투자를 깜짝 예고하기도 했다. 양국이 체결한 총 13건의 양해각서(MOU)엔 전략적 방위산업협력 뿐 아니라 다목적 수송기를 공동 개발하자는 건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이란의 인권 탄압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일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자유, 인권 등 보편 가치 수호를 외교 기조로 내걸었다. 반면 이란에서는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 이후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당국은 시위 참여자들에 대한 사형을 연달아 집행하며 국제 사회의 우려와 비판을 받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아크부대는 비전투병으로 UAE 군에 대한 교육과 훈련 및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등을 주요 임무로 한다”며 “(윤 대통령 발언은)현지에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하신 말씀”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김건희 여사도 윤 대통령과 동행해 장병들을 노고를 격려했다. 김 여사는 매복을 위한 길리슈트를 입은 장병에게 다가가 “덥지 않나”, “낙타들이 좋아할 것 같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사막여우도 많나요”라는 김 여사의 물음에 윤 대통령이 “별걸 다 안다”라고 반응하자 김 여사는 “나는 주로 동물을 좋아하니까…”라고 답했다. 김 여사는 4000m 높이에서 실시되는 고공강하 훈련 설명을 들으며 “그게 제일 멋있다. 위에서 내려오는 거”라며 장병들을 칭찬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부대 생활관에서 여군들과 별도의 환담 시간을 가졌다. 김 여사는 여군들에게 “군복 입은 여러분들을 UAE에서 만나니 자랑스럽고 든든하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여러분들의 결심이 없었다면, 이처럼 어려운 사막의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다. 이 시간이 국가와 개인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