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2일 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특별상영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의 한 상영관. 가수 박상민이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해서는 “준비됐습니까, 우리 소중한 추억을 살립시다”라고 외치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원작인 ‘슬램덩크’ 애니메이션판이 SBS에서 방영될 당시 “Crazy for you”라는 후렴 가사로 유명했던 주제곡 ‘너에게로 가는 길’이었다.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떼창이 상영관을 메웠다.
#2. 일본 쟈니스의 인기 아이돌그룹 나니와단시의 멤버인 미치에다 슌스케가 오는 24일 처음으로 공식 내한한다. 그룹 활동이 아닌 공식 내한은 이례적으로, 작년 11월 개봉한 주연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흥행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수입사인 미디어캐슬 관계자는 “쟈니스 소속이라 바쁜 일정을 조율하기 쉽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국내 영화시장 전반이 침체를 면치 못하는 와중에 일본영화 두 편이 각각 100만 관객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통계를 보면 전날까지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누적관객 93만4960명으로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작년 11월 말 개봉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는 박스오피스 6위로 전국 누적관객 88만7720명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오세이사’의 경우 개봉 7주차에도 이 흥행성적을 기록하고 있어서 더 눈길을 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995년 ‘슬램덩크’가 연재를 종료한 후 처음 나온 애니메이션으로,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원작의 마지막을 장식했지만 애니메이션으로 나오지 않았던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경기를 다뤄서 공개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은 인물인 송태섭을 중심으로 전개하며 새로운 이야기도 추가했다.
영화는 원작에 대한 향수가 있는 30·40대를 중심으로 흥행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가족 단위로도 관객층을 넓히며 흥행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관객들은 선수들이 연필로 그린 것 같은 그림에서 점점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되며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만화책을 찢고 나온 것 같다’며 열광을 보내고 있다. 강백호의 “영감님 영광의 시대는 언제입니까? 난 지금입니다!” 같은 원작의 명장면들도 고스란히 재현한다. 특히 원작에서 경기의 마지막 1분을 대사 없이 움직임만으로 묘사하며 긴장감을 끌어올렸던 연출을 이번에도 재현하며, 상당한 박진감을 선사한다.
‘오세이사’는 두 달 가까이 흥행을 이어가며, 일본 실사영화 중 ‘러브레터’ ‘주온’만이 달성한 100만 관객을 실현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는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는 마오리(후쿠모토 리코), 같은 학교 남학생 도루(미치에다 슌스케)의 가슴 시린 첫사랑을 그린다.
흥행을 이끄는 건 동명의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을 읽은 10·20대의 이른바 ‘N차 관람’이다. 어린 배우들의 깨끗하고 풋풋한 이미지에 일본풍 판타지가 결합해 기존 팬층을 만족시키면서도 보편적인 공감을 줄 수 있는 애틋한 첫사랑 이야기가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미디어캐슬 관계자는 “영화 속 메시지가 특히 MZ세대에 더 많이 와닿는 것 같다. 재관람을 추천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10대, 20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