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심리 위축에 홍보 제한까지 겹쳐 부진이 우려됐던 백화점 신년 정기세일이 예상 밖의 호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 증가로 캐리어와 수영복·선글라스 등이 많이 팔렸고, 여행과 새해 모임에 따른 외출 수요가 늘어 의류·뷰티 제품도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판촉 행사 비용 분담’ 지침 유예기간이 지난해 말 만료돼 주요 백화점이 ‘세일’이란 표현을 내건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는 평가다.
16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2~15일 진행된 신년 세일 ‘시즌 오프’ 행사 매출이 지난해 대비 20% 신장했다. 품목별로는 수영복(210%)과 선글라스(115%), 캐리어(80%)가 큰 폭으로 뛰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해외 노선·운항편수 확대로 여행객이 폭증하면서 관련 상품을 찾는 고객 발길이 이어진 것이다. 특히 설 연휴를 활용해 오랜만에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의 기존 제품 교체 및 구매 수요가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 여행사가 설 연휴 기획 여행 상품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예약자가 총 1만 5000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 대비 7015% 늘었다. 여행은 물론 각종 신년 모임 등 연초 외출이 잦아지면서 컨템포러리(55%), 럭셔리웨어(30%) 등 의류와 화장품 중심의 뷰티(35%) 부문 매출도 좋았다. 가족·친구와 쇼핑을 즐기는 내국인 고객은 물론 해외에서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함에 따라 같은 기간 식음(F&B) 매출도 식당가를 중심으로 35% 신장했다.
현대백화점(069960)도 올해 첫 세일 매출이 18.5% 증가한 가운데 캐리어가 150.3%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또 여성 패션(21.5%)과 남성 패션(18.1%), 영패션(19.3%) 등 외출과 관련한 의류 부문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백화점 관계자는 “아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옷이 많이 팔렸다”며 “특히 여행 차림과 모처럼의 명절 방문에 대비한 정장류 수요가 많았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주요 백화점들은 판촉 행사와 관련한 공정위 처벌을 피하려 신년 정기 할인 행사에서 ‘세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이를 강조한 홍보도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2019년 ‘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이 주도·기획하는 세일은 행사비의 50%를 주최 측이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규모 유통업 분야의 특약 매입 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 지침’을 발표했는데 본격 시행 전 두 차례 적용이 연기됐고, 유예기간이 지난해 말로 종료됐다. 신년 세일을 홍보해야 할 지난해 연말까지 공정위가 지침에 대한 별다른 공지가 없자 백화점들은 처벌 및 판촉비 부담 가능성을 피하려 ‘시즌 오프’, ‘페스타’, ‘쇼핑위크’ 등의 대체어로 행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신년 세일이 진행 중인 지난 6일 해당 지침을 올해 말까지 1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