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15일 아부다비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특별전략적동반자’ 관계를 한 차원 더 격상하고 원전·방산 등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UAE 측은 한국에 300억 달러(약 37조 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윤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한국 기업의 네옴시티 건설 진출 등 40조 원 규모의 협약을 맺는 등 바야흐로 ‘제2의 중동붐’을 맞고 있다.
윤 대통령은 UAE 측에 “원자력·에너지·투자·방산 등 4대 핵심 협력 분야는 물론 신산업과 보건·문화와 같은 미래 협력 분야에서도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화답했다. 여기에는 2009년 바라카 원전 건설에서 시작된 양국 간 신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한국은 군사 협력을 위해 150명 규모의 아크부대를 UAE에 파병했다. 한국 기업들은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데다 납기를 잘 지키고 기술 이전에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뿐 아니라 안보 협력이 가능한 동맹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건설 등 노동력 수출이 대부분이었던 ‘1차 중동붐’과 달리 이번에는 원전·방산·수소·태양광 등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망라하는 만큼 ‘저성장의 덫’에서 벗어나게 해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 속에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2인 3각 경기’를 하듯 총력전을 펴고 있는데 정작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할 정치권은 이전투구만 벌이고 있다.
UAE가 약속한 300억 달러 투자의 대부분은 신성장 분야에 투입되는 만큼 규제 철폐를 서두르지 않으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원전·방산 등 납기 준수가 생명인 산업에서는 경직적인 주52시간 근로제 강행으로 애써 확보한 먹거리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오일머니 투자가 성장 동력 재점화로 이어지게 하려면 정치권부터 달라져야 할 것이다. 국회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행태를 멈추고 규제 개혁 및 신산업 지원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