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정주영 회장 지원이 韓수의학 기틀됐죠"

■'타 분야와 연계 강조' 김곤섭 대한수의학회 이사장
무균동물실 만들고 개소식 참석
"세계1등으로 만들어달라" 당부도
인수공통감염병 극복에도 기여
반려동물 심리·바이오 헬스케어 등
다양한 학문과 연계 가능성 높아

김곤섭 대한수의학회 이사장. 이호재 기자

김곤섭 대한수의학회 이사장. 이호재 기자

“한국의 수의학은 최근 10년 사이 빠르게 발전해 세계 최고 수준인 유럽과 미국 등에 이어 상위권입니다. 우리나라 장기이식 성공률이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수의학계의 수많은 동물실험 등이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의학은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를 비롯해 펫 산업에서 파생된 다양한 산업과 연계할 경우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김곤섭(사진) 대한수의학회 이사장(경상국립대 연구부총장)은 1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등 인수공통감염병이 인류가 직면한 가장 커다란 위험 요소 중 하나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수의학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수의학은 의학에 가려져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지만 의학 발전을 뒷받침했다. 특히 최근에는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 명에 달하면서 동물병원과 함께 수의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식품의학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포진해 여러 학문과 산업을 지원하는 막중한 역할을 하는 분야가 수의학이다. 이 때문에 1957년 학회가 설립됐을 정도로 역사가 깊고 한국 10대 학회로 꼽힐 정도로 규모도 상당하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한국 수의학은 6·25전쟁 이후 군진수의학이 들어오면서 발전하기 시작해 3단계 발전사를 거친 후 이제 4단계를 향해가고 있다. 그는 “전쟁 전에도 수의학이 있었지만 전쟁 후 미군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예방의학을 중심으로 한 군진수의학이 가장 먼저 발전을 했다”며 “이후 식품 산업 및 젖소 등 경제동물을 키우고 치료하는 학문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반려동물 산업뿐 아니라 사람과 수의학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K반려동물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학문적인 도전도 펼치고 있다. 그는 반려동물을 위한 패션·뷰티·건기식 등 일반적인 분야에서 바이오 헬스케어, 멘털케어 서비스까지 수의학의 확장성이 크다고 확신한다.


그는 “사람의 수명이 연장되는 것처럼 반려동물의 수명 역시 길어지면서 장수 시대를 대비하는 대사 질환을 연구하고 관련 약도 개발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 반려동물의 심리를 연구하는 동물간호학 등으로 다양한 학문적인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간호학 전공자들 중에서 전문적인 간호 지식을 반려동물에 응용하려는 모멘텀이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을 “영혼을 수의학에 갈아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평생 수의학만을 바라봤다”고 되돌아봤다.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는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실험동물을 키우지만 과거에는 일본의 실험용 동물 판매사로부터 이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회사가 개인에게 판매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만나주지도 않았다”며 “5~6일을 회사 앞에서 기다리는 것을 보고 회사가 결국 아산재단에 직접 공급하겠다는 확답을 들었다”고 과거의 추억을 꺼내놓았다. 그는 이어 “지금 우리나라는 장기이식 수술이 대중화됐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며 “장기이식 성공률이 세계 1위인 것은 당시 수많은 동물실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밤낮없이 24시간 연구를 했는데 고(故) 정주영 회장님께서 지나가다 아산병원 연구소에 있는 저희 연구실을 보고 도대체 누가 근무하기에 24시간 불이 켜져 있냐고 물으셨다”며 “24시간은 상징적인 말이지만 그런 마음으로 저뿐만 아니라 멤버들이 수많은 동물실험을 했기에 장기이식 성공률 1위가 됐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 회장의 헌신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한국의 수의학과 의학이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균동물실이 없던 시절에 아산재단이 관련 연구소를 마련해줬는데 개소식에 정 회장님이 오셔서 한국의 수의학을 세계 1등으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하셨다”며 “한국 최초의 특수 동물 시설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수의학과 의학이 발전하는 앵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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