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3채 중 1채 '깡통전세'? 정말 그렇게 위험할까

1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관리센터 악성임대인 보증이행 상담창구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한 기업형 부동산 업체가 발표한 자료를 기반으로 “수도권 아파트 3채 중 1채는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높은 ‘깡통전세’”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서울경제가 해당 자료와 타 기관 통계 및 전문가 분석 등을 교차 검증한 결과 현 시점 수도권 아파트의 보증금 사고 가능성이 그와 같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 직영 부동산을 여럿 운영하는 A업체는 이날 발표한 자료에서 “수도권 아파트 3곳 중 1곳이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매매가가 싼 ‘깡통전세’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근거로는 2022년 나온 이들 단지의 매매 가격이 2020년~2022년 발생한 최고 전세 가격에 비해 낮다는 점이 제시됐다. 예를 들어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주안더월드스테이트’ 84㎡는 2022년 12월 3억 5000만 원에 매매됐는데 2021년 12월 나온 전세 가격은 4억 5000만 원이었다. 매매 가격이 전세 가격보다 낮으니 계약 만료 시 집을 팔아도 반환해야 할 보증금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A업체는 이 같은 현황을 근거로 지난해 매매 실거래를 기준으로 수도권 아파트의 22.8%는 깡통전세 위험이 있으며, 특히 2022년 4분기를 기준으로는 이 같은 비중이 38.6%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에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빌라와 오피스텔 등 ‘무자본 갭투자(자기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주택을 지속해 매입하는 투기 형태)’가 성행한 주택 유형에서는 깡통전세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맞으나 아파트는 상황이 다르다”며 “아파트는 전세가율이 낮아 무자본 갭투자가 어려워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당수 집주인이 전세퇴거자금대출 등을 활용할 수 있고 전세보증보험에도 가입돼 있어 최근 문제가 되는 빌라 깡통전세 현상이 아파트까지 확산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2.9%에 불과하다. 평균 전세 보증금이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의 절반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인천과 경기에서는 아파트 전세가율이 각각 66.4%, 64.3%다. 통상 부동산 업계에서는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높은 전세가율 수준을 80%로 본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A업체가 발표한, “지난해 매매 실거래를 기준으로 수도권 아파트의 22.8%는 깡통전세 위험이 있다”는 통계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이 업체는 2022년 발생한 수도권 아파트 단지의 특정 주택형(84㎡A 등) 매매 실거래가 2020년~2022년 나온 전세 최고가에 비해 낮은 경우를 깡통전세 위험이 있는 실거래로 분류했다. 한 단지의 특정 주택형은 보통 최소 수십 가구로 이뤄져 있고 각각 별개의 임대차 계약이 있는데, 서로 다른 주택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은 매매 실거래와 최고 전세가 실거래간의 가격 비교를 통해 통계를 낸 것이다.


사실상 이 통계는 최고치(최고 전세가)와 최저치(최저 실거래가) 간의 비교를 통해 평균치(수도권 아파트의 22.8%는 깡통전세 위험)를 낸 것으로 실제 현상에 비해 위험을 다소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아파트는 무자본 갭투자가 드문 만큼 설령 매매가가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지더라도 집주인이 신용대출 등을 활용해 보증금을 돌려줄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전세 계약을 맺어 보증금을 돌려줄 수도 있다. 물론 최근 전세가가 하락하며 이전 계약에 비해 보증금을 낮춰 전세 거래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나, 자금 여력이 없는 집주인이라도 대출을 활용하거나 세입자에게 되레 ‘역월세(일부 보증금에 이율을 매겨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역으로 월 이자를 지급하는 새로운 임대차 형태)’를 줘 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임차인이 보증금반환소송을 거쳐 주택을 강제경매 절차로 넘길 수 있는데, 이를 원하는 집주인은 없기 때문이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자료가 다소 과장되게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경기와 인천 외곽 일부 일부 지역 아파트에서는 깡통전세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이를 전체로 확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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