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버티자 했는데 5년…베트남 대표팀 잊지 못할 것"

■박항서 감독 기자간담
거취 미정, 베트남 유소년팀도 고려

박항서 감독. 연합뉴스

“1년만 버티자고 마음먹었는데 5년까지 왔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죠.”


‘축구 변방’ 베트남을 다크호스에 올려놓으며 신드롬을 일으킨 박항서(64·사진) 감독은 지난 5년을 떠올리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여정에 나설 생각이라는 그는 베트남과 한국에서는 성인팀 지도자를 맡을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베트남에서 유소년 축구와 관련된 제안들이 오고 있어 고민 중”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17일 한국 취재진과 가진 화상 기자회견에서 “어제(16일)부로 베트남 축구와 동행을 마쳤다”며 “우승을 못 한 아쉬움은 남지만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별의 아픔은 있지만 베트남 축구가 더 발전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저도 새로운 여정에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16일 태국과의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베트남은 0 대 1로 져 합계 2 대 3 패배로 준우승했다. 4년 만의 우승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박 감독은 5년간 베트남 축구 역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2017년 9월 부임한 그는 이듬해 아시아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결승에 올려놓았다. 동남아시아 국가로는 최초였다. 이후 아시안게임 4강, 미쓰비시컵 우승 등 최초의 역사를 연이어 써내려갔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는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최종 예선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박 감독은 부상을 당한 선수에게는 직접 발 마사지를 해주고 생일을 맞은 선수에게는 손 편지를 쓰는 자상함을 보였다. 다만 선수들이 긴장을 늦출 때는 불같이 화를 냈다. 네티즌들은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뜻으로 ‘쌀딩크’라고 불렀고 현지에서는 아버지 같은 ‘파파 리더십’에 열광했다. 베트남에서 훈장을 받은 것만 세 번이다.


박 감독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우리 사랑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무실에서 선수들과 같이 뒹굴었던 순간”이라며 “베트남에 있는데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응원과 격려를 해주신 국내 팬들에게 감사드리고 베트남 국민, 축구 팬들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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