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는 빨리 결정해야 생존"…단독대표로 전환하는 K바이오

올 경기 최악 전망에 '경량화'
팬젠·알피바이오·샤페론 등
연말연초 7개사 단독대표로

올해 바이오 업계가 최악의 '보릿고개'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하면서 경영진을 축소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임상 연기·파이프라인 포기·인력 구조조정에 이어 경영권도 단독대표 체제로 경량화하며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단독대표 체제가 유리하다는 점도 이런 추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총 7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공동 또는 각자대표에서 단독대표로 변경됐다. 통상 새해를 맞아 경영진의 변경이 몰리는 경향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단독대표 전환이 집중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에는 일신상 사유로 공개되지만, '올해만 버티자'라는 기조에 따라 내부에서는 생존을 위한 알력 다툼과 퇴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이사. 서울경재DB


화일약품(061250)이 240억 원에 팬젠의 지분 28.22%를 매입하며 최대 주주에 오른 가운데 양사의 대표이기도 한 조 대표가 팬젠에서도 단독 경영권을 확보한 것이다. 팬젠은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사업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나란히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샤페론(378800)도 지난달 31일 2020년 합류한 이명세 대표가 사임하면서 창업자인 성승용 대표가 회사를 이끌게 됐다.



성승용 샤페론 대표. 사진 제공=샤페론


바이오노트(377740)가 조직을 재편하며 경영진을 단순화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마크로젠(038290)은 김창훈·이수강 각자대표에서 김창훈 단독대표로 변경됐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사업 확장을 위해 경영진을 늘리는 것과 반대로 올해는 위기 대응을 위해 회사의 거버넌스를 단순화하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는 물론 인수합병(M&A)에도 유리하도록 경영에도 선택과 집중하는 바이오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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