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가 정책 상한선을 3일 연속 넘는 등 채권시장을 둘러싼 혼란이 커지면서 일본은행(BOJ)이 시장 질서 유지의 시험대에 올랐다. 18일 정책결정 회의에서 BOJ가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BOJ가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폐기할 경우 엔·달러 환율이 125엔 이하로 하락(엔화 가치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시장은 BOJ가 18일 발표할 회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BOJ는 10년물 국채 수익률 상하한선을 ±0.5%로 설정하고 이 범위를 넘어서는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 왔는데 이번 회의에서 정책이 수정될 것이라는 관측에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7일에도 장중 0.505%를 기록하며 3거래일 연속 상한선을 웃돌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BOJ가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최근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 43명의 이코노미스트 대다수가 이번에 정책 변경이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응답자들이 과거 전망보다 자신감이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이 워낙 요동치는 상황이라 BOJ의 막판 결정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BOJ가 정책 수정으로 기울 경우 YCC의 10년물 국채 상하한선을 ±0.75%로 올리는 방안, 밴드 중심선을 0%에서 상향하는 방법, 극단적으로는 YCC를 폐지하는 안 등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BOJ가 YCC를 폐기하면 엔·달러 환율이 현재 128엔대에서 125엔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극심한 금리 왜곡 현상으로 BOJ가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10년물 국채금리는 YCC 때문에 0.5% 내외에서 움직이지만 만기가 짧은 8년·9년물은 금리가 0.6%, 0.7%로 오히려 높아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BOJ가 YCC 범위를 ±0.25%에서 ±0.5%로 넓힌 것도 이 같은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현 정책을 유지하면 시장 왜곡이 심해져 금융시장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이와시타 마리 다이와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밴드를 더 넓혀도 금리 왜곡 현상을 바로잡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는 BOJ의 금융완화 정책을 이끌어 온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임기가 4월 만료함에 따라 후임 인사안을 다음달 의회에 제출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이날 전했다. BOJ 총재는 의회 동의를 거쳐 정부가 임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