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내조에서 적극 행보로 기조를 전환한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기간에도 대통령 배우자로서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1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14일(현지 시간) 아부다비 도착 후 압둘라 알나하얀 외교부 장관, 수하일 알 마즈루아이 에너지·인프라부 장관,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 등 UAE 실세들과의 환담 자리에 윤 대통령과 동행하며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공식 환영 일정이 잡힌 15일에는 UAE의 현충원인 와하트 알 카리마 방문, 그랜드 모스크의 고(故) 자이드 빈 술탄 알나하얀 UAE 초대 대통령 묘소 참배, 국빈 오찬 등의 일정에 모두 참여했다. 김 여사는 국빈 오찬 때 옆 자리에 앉은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부총리와 한국 방문과 관련한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김 여사의 패션도 눈길을 끌었다. 김 여사는 그랜드 모스크를 참배할 때는 이슬람 문화권 여성들이 스카프 형태로 머리에 두르는 검은색 ‘샤일라’를 착용했다. 여성이 머리카락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이슬람 율법에 따른 것이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함께 우리 군의 UAE 군사훈련 협력단 ‘아크부대’를 방문했을 때는 사막 위장 무늬 전투복 상의를 입었다. 김 여사는 적극적으로 장병들에게 다가가 “여기 사막여우도 많나요”라고 묻거나 생활관에서 여군들과 별도의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왕실 인물들과 만나는 단독 일정도 수행했다. 김 여사는 15일 아부다비의 바다 궁에서 ‘UAE 국모’로 불리는 셰이카 파티마 빈트 무바라크 알 케트비 여사의 초청 만찬에 참석했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파티마 여사의 남편이었던 자이드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티마 여사가 김 여사의 방한 초청에 응하면서 올해 무함마드 대통령 등 아부다비 알나하얀 왕가 차원의 방한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같은 모습은 지난해 11월 동남아시아 순방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행보다. 당시 김 여사는 캄보디아 측이 배우자 프로그램으로 준비한 공식 행사에 불참하는 대신 병원 방문, 심장병 환아 가정 방문 등 취약 계층 위주의 비공개 활동을 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석했지만 이곳에서도 단독 일정은 한국 학교 방문, 청소년 활동가 면담 등 비교적 작은 규모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