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의 주식을 다른 회사가 전부 인수하는 포괄적 교환은 사실상 기업 합병에 해당해 세금을 부과할 때도 주식 증여가 아닌 합병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비상장법인인 엔터테인먼트 B사의 최대주주 C씨가 세무 당국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코스닥 상장사인 텐트 제조업체 A사는 2005년 B사의 주식 8만6500주를 인수하면서 B사 주식 1주당 A사 주식 36.4625주를 발행해 B사 주주들에게 나눠준다는 내용의 포괄적 주식 교환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계약에 따라 B사 주식 3만150주(34.8%)를 갖고 있던 최대주주 C씨에게 신주 109만여주를 배정했다. 세무당국은 2010년 B사 주식의 가격이 시가보다 과대평가돼 C씨가 결과적으로 157억원 상당의 이익을 증여받았다고 보고 증여세 120억원을 부과했다. C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세무당국은 C씨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면서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시행령에 따라 주식 평가에 관한 일반규정을 적용해 증여재산가액을 157억원으로 산정했다. A사 주식 가액에서 B사 주식 가액을 빼 그 차액만큼 증여 이익을 얻었다고 계산하는 방식이다.
1, 2심은 증여재산가액을 산정한 세무당국의 과세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반면, 대법원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 사실상의 기업 합병에 해당해 주식 가액을 계산할 때도 합병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은 합병과 경제적 실질이 유사하고, 이러한 점을 고려해 증권거래법 등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의 경우에 합병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합병규정은 합병계약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주식의 시세변동으로 인해 증여세가 부과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합병법인의 평가가액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증여이익 산정 시 합병규정을 준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통해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따른 증여이익을 구체적으로 계산하는데 적용할 근거법령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며 "향후 과세관청의 과세실무와 하급심 판단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