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030200)가 신규가입이 줄거나 이용률이 저조한 시내전화 서비스와 상품 정리에 나선다. KT는 보편적 역무 제공사업자로서 시내전화 서비스 등을 국민 누구에게나 차별없이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같은 신사업과 5G에 힘주고 있는 KT가 수익은 안 나고 투자 비용만 큰 시내전화 회선 수를 줄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다음 달 15일부터 6개월 이상 신규가입이 없거나 이용률이 낮은 시내전화 일부 서비스·요금제의 신규 가입을 중단하거나 상품을 종료할 예정이다. 보안회선 요금제, 즉시연결 사서함서비스, 소상공인(SOHO)형 부가팩, 원폰 서비스 등이 대상이다. 원폰 서비스는 유·무선 결합서비스로 과거에는 경쟁사들이 KT의 입지만 강화한다며 출시 금지를 요청하기도 했었는데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KT 관계자는 “오래된 서비스를 종료하고 대체 서비스로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이용자의 사용 패턴에 따른 요금제와 서비스 변경은 통신사의 책무”라고 설명했다.
유선전화 1위 사업자 KT는 시내전화·공중전화·도서통신·선박무선 서비스 등 보편적 역무를 지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시내전화는 총 1167만 회선으로 이중 KT가 80.26%의 937만 회선을 독점하고 있다. 이어 SK브로드밴드 15.65%(183만 회선), LG유플러스 4.09%(48만 회선)를 차지하고 있다. 시내전화 회선 수는 매달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 인터넷전화는 재작년 1100만 회선에서 지난해 11월 1112만으로 증가 추세다. 인터넷전화의 시내전화 대체 속도가 빨라지며 연내 추월 가능성도 점쳐진다.
KT는 투자 비용 부담이 큰 시내전화 서비스를 정리하는 대신 5G 가입자 확대를 통해 무선에 힘을 주고 있다. KT는 지난해 3분기에 전년보다 1% 오른 1조 5470억원의 무선사업 매출을 올렸다. 반면 유선전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한 209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무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전년보다 3.5% 상승한 3만 2917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3만 2308원, 2분기 3만 2446원에 이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유선 ARPU는 무선의 3분의 1 가량으로 추정된다. KT는 앞으로도 5G 가입자 확보를 통해 무선 매출의 성장과 고APRU를 유지할 전망이다.
KT가 무선에 집중하며 유선통신의 보편적 역무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있다. KT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비해 전국 구석구석 유선통신망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2019년 서울 아현국사 화재 사건과 2021년 1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넷과 유·무선 불통 통신망 사고는 유선통신망에 대한 투자와 관리를 소홀히 한데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시내전화 이용이 줄며 막대한 손실을 부담하는 KT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상 보편적 역무에서 유선전화를 제외해달라는 게 숙원”이라며 “유·무선 결합을 외치며 가입자를 유치했던 KT가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보편적 유선통신 사업에 소홀해 보이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