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최근 몇주간 전국적으로 연일 강추위가 이어지며 본격적인 겨울이 되었음을 실감하게 했다. 갑작스럽게 기온이 크게 떨어졌을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다름 아닌 심혈관질환이다. 심혈관질환은 일반적으로 겨울철 추운 날씨에 그 빈도가 증가한다.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심장 근육의 일부에 혈액공급이 감소하거나 중단돼 발생하는 심근경색은 다수 연구에서 늦가을과 초겨울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추위와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은 뚜렷하다고 할 수 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 몸은 급격한 온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한다.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체온 방출을 방지하고, 몸의 떨림 등으로 열을 생산하는 것도 추위에 맞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기 위한 여러 반응들 중 하나다. 이때 영향을 미치는 교감신경계의 작용으로 혈압과 맥박도 같이 올라가는데, 이러한 혈관 수축과 혈압 상승이 겨울철 심근경색 발생 증가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심혈관질환을 발생시키는 염증물질 생산이나 혈소판 기능 항진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 밖에 감기나 인플루엔자로 인한 염증반응의 증가, 환기 부족으로 인한 실내 미세먼지 증가, 외부활동 및 운동 부족 등도 겨울철 심장질환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로 꼽힌다.
겨울에는 협심증이나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들도 기존 증상이 악화되거나 심장과 연관된 질환의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혈관 수축, 특히 관상동맥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협심증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장기에 적절한 혈류를 유지하기 위해 맥박수가 빨라지다 보니 그로 인한 심장의 부담도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과 같은 심혈관질환으로 진단을 받았거나 현재 알려진 심혈관질환이 없더라도 당뇨병, 이상지혈증, 동맥경화 등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가급적 추위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고, 날씨가 추울 때 외출이 불가피하다면 적절한 보온에 신경써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활동량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겨울철이라도 적절한 운동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신체활동은 혈당을 낮추고 체중 감소를 도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추운 겨울에는 새벽 운동보다는 낮이나 오후에 기온이 상승했을 때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평상시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겨울철 새벽 운동을 하게 되면 추운 날씨로 인해 혈압과 맥박 상승, 교감신경계 활성화 등의 기전을 일으켜 오히려 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추운 날씨에는 혈압, 혈관 뿐 아니라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도 저하되고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의 활성도가 떨어진다. 평상시보다 운동능력이 저하되다 보니 빙판에 미끄러지거나 낙상사고가 일어나는 빈도도 증가한다. 따라서 겨울에는 일반적인 운동강도보다 10~20% 정도 낮춰서 최대 운동량의 60% 수준으로 운동하는 것이 적합하다. 운동 시간은 20~60분 정도가 적절하며, 본 운동에 앞서 충분한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 과도한 운동은 피로감을 높일 뿐, 심혈관질환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말연시의 음주, 흡연도 심혈관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다. 과도한 음주는 부정맥, 심부전증 등을 쉽게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절주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협심증 환자들은 겨울철 과음 후 흉통이 악화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음주 후 다음 날 관상동맥의 경련성 수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흡연은 혈관의 수축을 유발하고 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겨울철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나 우울감은 흡연·음주·폭식 등을 초래하고, 혈압 상승과 교감신경 활성화를 유발해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 추운 겨울 심혈관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기존에 질환이 있어서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다른 계절보다 약을 잊지 않고 잘 복용하는 것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