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갈등에…건설현장 멈추고 유찰 잇달아

공사비 놓고 시공사·조합간 이견
방배 센트레빌프리제 공사 중단
재개발 시공사 선정도 연이어 유찰
"경기 침체로 갈등 더욱 늘어날듯"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연합뉴스

인건비, 원자재 값 인상으로 시공사와 재건축·재개발조합 간 공사비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공사비 증액 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첫 삽을 뜨지 못하거나 진행 중이던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에 나선 조합들은 시공사들이 낮은 공사비를 이유로 입찰 참여를 꺼리면서 연이어 유찰돼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19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신성빌라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동부건설(005960)·서초구청 등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올해 10월 입주 예정인 신성빌라 재건축 사업(방배 센트레빌프리제) 공사를 이달 초 중단했다. 공사 중단의 원인은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동부건설과 조합 간 의견 차이다.


조합은 2020년 11월 동부건설과 3.3㎡(평)당 공사비 약 712만 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했으나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재 값 상승 △공사 중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가 △특화·고급화 설계로 인한 비용 증가를 이유로 공사비 인상 협상을 해왔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인상 폭을 두고 이견이 발생하면서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시키는 사태에 이르렀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처음에는 의견 차이가 컸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협의를 하면서 의견 합치를 이뤄나가고 있다”며 “조만간 협상을 마무리하는 대로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증액으로 시공사와 재건축조합이 갈등을 겪는 단지는 또 있다.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공사를 진행 중인 삼성물산(028260)은 공사비 1560억 원 증액을 조합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조합 명의 통장의 사업비 인출을 막고 공기 2개월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또한 감리 업체 두 곳도 조합 측에 이달까지 미납한 감리용역비 31억 원을 지급하지 않을 시 감리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서초구 ‘신반포메이플자이’ 시공사인 GS건설(006360)도 4700억 원 상당의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3개월째 협상 중이며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의 경우 반년 넘게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공사비가 낮다며 사업 참여를 꺼려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영등포구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초 시공사 입찰공고를 냈지만 4회 연속 유찰됐다. 동대문구 청량리 제6구역과 제8구역 재개발조합도 3.3㎡당 공사비로 640만 원, 650만 원을 제시했으나 각각 2회, 1회 유찰되며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조합 역시 잇따른 유찰에 결국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하겠다고 방침을 바꿨다.


주택 경기가 침체되며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 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값과 인건비가 급격하게 올라 시공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공사비를 높여야 할 형편이지만, 사업 주체인 조합은 요즘 같은 분위기에 미분양이 발생하면 분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인상에 소극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원자재 값과 인건비 변동 등 건설 부문 물가지수로 통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최근 2년간 24% 올랐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