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일부 전현직 간부가 북한 공작원과 접촉해 반국가·이적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1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조직국장 등 전현직 간부 4명의 사무실과 자택에 대한 압수 수색을 집행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 캄보디아 프놈펜,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대남 공작 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들과 접촉한 뒤 지하조직 구축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19일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 수사를 위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건설노조 사무실 등 14곳에 대한 압수 수색을 벌였다.
민주노총 간부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친북 활동을 했다면 국가의 안위를 뒤흔드는 중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교신 방법을 교육받고 지시받은 강령과 규약에 따라 수년 동안 반미 시위 등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8월 15일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한미 동맹 해체’ ‘주한 미군 철수’ 등의 주장이 나온 배경도 따져봐야 한다. 이런데도 민주노총은 19일 기자회견에서 간부들의 혐의를 해명하기는커녕 ‘노동운동 탄압’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정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이번 사건을 인지하고도 윗선의 훼방으로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시 국정원 윗선 간부들은 일선의 수사 확대 필요성을 보고받고도 ‘남북 관계 찬물’ 등의 이유를 내세워 이를 덮었다고 한다. 김정은 정권의 도발에 맞선 방첩 역량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므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지 말고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국정원법 개정 강행으로 2024년부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경찰로 이관하도록 돼 있다.
당국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북한의 지령을 받는 노동계 지하조직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노동계는 낡은 이념에 빠진 반정부·반미 투쟁 위주의 노동운동에서 벗어나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노동운동이 변해야 노조도 살고 나라 경제도 살아난다. 이제는 제 밥그릇 지키기를 위한 불법 행위와 정치 투쟁에서 벗어나 대다수 노동자를 대변하고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노동운동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