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년간 하원을 이끌어갈 공화당의 주역들은 거짓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물론 케빈 매카시는 당의 실세에 속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그는 단지 허울 좋은 허깨비 하원의장일 뿐이다. 강경 보수 의원들의 대다수는 2020년 선거를 도둑맞았다거나 최소한 조 바이든이 적법한 대통령이 아니라고 믿는다. 이들 중 상당수는 코로나19 백신이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해가 됐다고 믿는다. 아마도 독자들은 공화당 극단주의자들의 정치적 환상을 다룬 기사를 최소한 한 번은 읽어봤을 것이다. 사실 공화당 하원의원 대부분은 극단주의자거나 당내 극단주의 세력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는 기회주의자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공화당 의원들의 경제관이 그들의 정치적 판타지만큼이나 현실과 유리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먼저 미국 경제의 현주소부터 확인하자. 공화당은 지난해 ‘바이든표 경기 침체’를 외치며 시간을 보냈다. 사실 많은 민간 전문가도 최근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성장 둔화와 실업률 폭등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전국 실업률의 3개월 평균이 지난 12개월 중 최저치보다 0.5% 상승해야 경기 침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간주한다는 삼의 법칙과 현재의 실업률 추이가 차이를 보이자 미국 경제가 혹독한 침체를 피해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어쨌건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2020년에는 경기 침체가 없었다. 인플레이션은 어떤가. 수십 년간 이어진 저 인플레이션에 뒤이은 2021년과 2022년의 물가 폭등은 엄청난 충격파를 불러일으켰다. 많은 경제 전문가는 사이즈와 충격 면에서 이토록 강력한 인플레이션이 닥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두말할 나위 없이 공화당은 연방정부의 과도한 지출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며 이를 중간선거의 핵심 이슈로 제시했다.
그들은 지금의 물가 하락세를 정말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경제 상황의 변화를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는 걸까. 각종 지표는 경제 상황의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현재 기준으로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7.1% 상승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지난 6개월에 걸쳐 4.8% 오르는 데 그쳤다. 이어 지난 3개월간 3.6% 상승했고 11월에는 단 1.2% 올랐다.
인플레이션이 2022년 하반기의 가스 가격 하락 등 부분적으로 일회성 이벤트에 의해 억제된 게 사실이다. 다른 한편으로 소비자물가지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졌지만 아직 공식적인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대단히 고무적인 최근의 임금 자료까지 보태면 기저 인플레이션의 경우 팬데믹 수준보다 1~2포인트 높은 데 불과하다. 이 정도면 완전 고용을 회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아직 완벽하지는 않고 잔여 인플레이션을 밀어내는 것 역시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공화당이 주장하는 경제 재앙과는 거리가 멀다.
금융시장은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위협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대략 2% 선의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다소 오르기는 했어도 역사적인 표준치에 비해 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 국채 매입에도 적극적이다. 반면 미국의 파산을 우려하는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공화당은 조만간 경제와 재정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우긴다. 민주당이 백악관을 장악할 때마다 그래왔듯 공화당은 예산 균형을 위해 급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단 그들이 원하는 최우선 목표를 달성하면 공화당은 부유한 부정 납세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국세청(IRS)이 사용하는 도구까지 없애려 들 것이다. 어쨌건 공화당은 평소처럼 지출 축소를 통해 예산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예산 균형을 이룰 정도의 대규모 지출 삭감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현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왜냐하면 연방정부는 기본적으로 군대를 거느린 보험회사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연방정부 지출은 대부분 많은 공화당원을 비롯해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의존하는 은퇴 연금과 의료비로 나간다. 따라서 새로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상상 속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통’ 해법에 매달린 채 그들이 만든 환상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유감스럽게도 2021년 1월 6일의 경험을 통해 배웠듯 정치적 판타지는 참담한 현실적 결과를 낳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