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유동성 숨통 트였지만…롯데 이자부담 '눈덩이'

메리츠서 9000억 고금리에 조달
채안펀드 지원받은 회사채도 5.7%
건설 등 계열사 수익 개선 안되면
재무 건전성 한층 악화될 가능성


지난해 말 건설발(發) 유동성 부족에 처했던 롯데그룹이 연초 전방위 현금 확보에 성공했지만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금리가 오른 탓도 있지만 경쟁 기업보다 자금 조달 금리가 큰 폭으로 치솟아 건설을 비롯한 각 사의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는 올 들어서만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 유상증자 등으로 4조 원가량을 확보해 유동성 부족을 해결했다. 자금난의 진원지인 롯데건설은 특히 회사채와 기업대출은 물론 창사 이후 처음 전환사채(CB)까지 발행하며 자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급전을 찾다 보니 투자자들이 롯데에 요구한 금리는 높았다. 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메리츠금융그룹에서 선순위 대출로 9000억 원을 조달하면서 선취 수수료를 포함해 연 12% 안팎의 이자를 제공하기로 했다. 최근 롯데건설과 같은 A2+ 등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91일물이 5~6%대에 발행되는 점을 고려할 때 두 배 가까이 높다. 롯데건설이 부실해져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롯데물산과 호텔롯데가 자금을 보충하는 약정도 걸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메리츠로부터 조달한 9000억 원은 당사에서 진행중인 우량한 사업장들의 시행사에 대여해주는 형태인만큼 직접차입이 아니라 메리츠의 투자 성격이 크다." 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이 이달 3일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지원을 받아 발행한 2500억 원의 회사채 금리도 연 5.73%로 결정됐다. 만기가 1년으로 짧고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011170)의 지급보증을 통해 신용도(AA+)를 보강했지만 투자자를 거의 구하지 못해 ‘A- 등급(5.277%)’과 ‘BBB+ 등급(6.705%)’ 사이의 고금리를 부담해야 했다.


롯데 계열사들도 금융 비용이 급증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회사채 시장을 찾은 롯데 계열사 중 제과를 제외한 나머지 3곳은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금리)’ 대비 높은 수준으로 채권을 발행했다. 조(兆) 단위의 뭉칫돈이 연초부터 회사채 시장에 유입돼 많은 대기업이 민평금리 대비 -50bp(bp=0.01%포인트) 이상 낮은 금리로 현금을 챙긴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3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한 호텔롯데는 민평금리에 15~20bp의 가산금리를 붙여 자금을 조달하게 돼 금리가 △2년물 5.051% △3년물 5.515% 수준이다. 지난해 2월 발행한 2년 만기 회사채(3.2%)와 비교하면 시중금리 상승을 고려해도 1년 만에 이자비용이 두 배 가까이 늘게 됐다. 호텔롯데와 같은 날 시장을 찾은 신세계는 민평금리보다 -45~-48bp 낮게 발행 금리를 결정해 △2년물 4.009% △3년물 4.058% 안팎에서 자금 조달을 앞두고 있다.


렌터카 시장 1위인 롯데렌탈(089860)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19일 롯데렌탈은 1000억 원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해 4280억 원의 주문을 받았지만 롯데렌탈의 민평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써낸 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시세보다 싸게 채권을 발행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롯데렌탈 회사채 리스크를 높게 평가한 기관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롯데하이마트(1200억 원)와 롯데쇼핑(1500억 원)이 이달 말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고 다음 달에는 롯데칠성음료(500억 원)가 자금 조달에 나설 계획이지만 만만치 않은 이자 부담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에서 개별 기업의 신용 위험에 따라 차별화하는 분위기가 뚜렷한데 롯데 채권은 여전히 인기가 떨어진다”고 전했다. 나이스신용평가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 유동성 리스크의 중심인 롯데건설은 사업장별 수익성 확보와 원활한 사업 진행이 필요한데 건설 원가 및 이자 부담 증가 등 부정적 요인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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