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버틸 '현금 곳간' 보유…아모레G, 농심, JYP엔터 주목

4분기 실적 부진 예상…순차입금 적은 기업에 주목
삼성전자 비롯해 아모레G·현대모비스·농심 등 꼽혀
반면 한국가스공사·한국전력은 재무구조 개선 필요



지난해 4분기 기업들의 실적 감소 규모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현금 부자’ 기업을 주목할만 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얼마나 길어질지 가늠하기 힘든 불황의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기업들이 쥐고 있는 현금의 가치가 갈수록 부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2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순차입금(순차입 부채)이 마이너스(-)인 기업은 총 530개, 합산 금액은 -292조 4827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순차입금이 -1000억 원 이하인 회사는 192개로 전체의 36.2%를 차지했다.


순차입금이란 총차입금에서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 자산을 뺀 것으로 수치가 음수면 현재 회사의 빚을 모두 갚고도 돈이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순차입금의 마이너스 값이 클수록 재무구조가 안전하다는 뜻이다. 예컨대 삼성전자(005930)의 순차입금은 -116조 3541억 원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인 약 367조 원 대비 -31.6%에 해당한다. 통상 시총이나 자산 대비 순차입금 비율이 20% 이하면 건전한 재무구조를 가졌다고 평가하기에 삼성전자는 불황을 견딜 여력을 갖춘 기업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시총이 1조 원을 넘으면서 시총 대비 순차입금의 음수 값이 큰 기업으로는 아모레G(002790)가 있다. 아모레G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순차입금은 -1조 3202억 원으로 시총 대비로는 -40.4%다. 같은 그룹주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은 -6253억 원으로 -7.2%를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2020년부터 중국 현지 점포 등을 정리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힘써왔다. 앞서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불필요한 매장과 제품 라인 등을 정리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오프닝 기대감에 구조조정 효과가 섞여 매출 감소 폭은 줄이되 이익 개선세가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모레G의 목표 주가를 기존 4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올려 잡았다.


현대모비스도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춘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현대모비스의 순차입금은 -6조 6301억 원으로 시총 대비 -33.6%다. 전망도 밝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뉴 모비스(New Mobis)’ 비전 제시를 통해 모빌리티 플랫폼 제공자의 진화를 선언했다”며 “안정적인 실적에 주가 상승 여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증권가에서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농심(004370)(-25.0%), BGF리테일(282330)(-18.4%) 등도 주목할 만하다. 에스엠(041510)(-20.5%), JYP엔터(-4.5%)와 같은 엔터테인먼트주들도 보유 현금이 넉넉한 편이다.


한편 코스피의 지난해 4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연일 악화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코스피 영업이익은 24조 1034억 원으로 한 달 전 대비 약 9% 하향 조정됐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본격적인 실적 시즌이 아직 개막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는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의 가치는 더욱 돋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한국가스공사(036460)와 한국전력(015760)은 시총보다도 순차입금이 많은,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들로 꼽혔다. 두 기업의 순차입금은 각각 36조 1116억 원, 105조 8738억 원으로 시총 대비 115.3%, 81.4%다. 앞서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통해 현 정부 임기 후반부인 2026년까지 두 기업의 고질적 재무 리스크인 누적 적자와 미수금을 해소하기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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