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막걸리 세금 두 배 올리고는 “서민 위해서”라는데…

세금 인상률 작년 2.5%에서 올해는 3.57%로 확대
"올해 물가상승률 100% 아닌 70%만 반영” 해명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맥주 판매대.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올해 맥주와 탁주(막걸리)에 붙는 세금을 인상한데 대해 “중산·서민층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다른 부분 세금보다 주세가 적게 올랐기 때문에 중산·서민층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인데 논리적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2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전일“세법 시행령상의 맥주·탁주에 대한 세율 인상은 오히려 중산·서민층을 위한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기재부는 최근 올해 세법 시행령을 발표하면서 오는 4월 1일부터 맥주에는 ℓ당 885.7원, 막걸리는ℓ당 44.4원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세금은 기존보다 3.57%(각각 30.5원, 1.5원) 오른 금액이다.


현행 세법 체계에서 맥주·탁주는 양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가격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인 소주·와인 등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종가세 방식은 출고가격이 인상되면 가격에 따라 세금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종량세는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ℓ당 세금을 조정한다.


즉 맥주나 탁주는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5.1%를 고려하면 원래 세금도 ‘5.1%’ 올려야 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재작년과 작년에는 당시 물가상승률을 100%로 반영해 세금을 0.5% 2.5% 각각 올렸었다.



사진 제공=기획재정부

하지만 정부는 올해는 최근 고물가 상황 등을 반영해 물가 상승률의 100%가 아니라 70%인 ‘3.57%’만 올리기로 했다. 즉 물가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물가 상승률의 100%가 아닌 70%만 올렸기 때문에 세금이 종가세 방식 주류보다 덜 오르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가 지난해 탄력세율 조정범위를 기존 100% 고정에서 50~150%로 변경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심사과정에서 70~130%로 축소 반영돼 물가 상승 대비 주세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폭이 오히려 축소됐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번에 올린 물가상승률이 70%는 조정범위 하단이라는 것이다.


결국 세금을 올리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또 올려야 하는데 그래도 세금을 덜 올렸으므로 “오히려 중산·서민층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주류업체들은 정부의 주세 인상 직후쯤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한다. 줄줄이 소매업계나 식당 등도 가격을 조정한다. 통상 세금 인상 사유를 대고 세금 인상 폭보다 훨씬 크게 가격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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