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으로 가는 곳 너무 많다"…고용부로 온 '한 구직자의 편지'

40대 구직자, 고용센터서 취업 성공기
경력 없어 일할 버스회사 못 찾다 방문
상담사 "경기악화 실감…중장년 늘어"
고용 한파…취업자수 90% 급감 전망

한 시민이 벽에 붙은 구인광고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제공=고용부


"살아보니 아직도 많은 곳(직장)은 지인의 힘으로 들어가는(취직하는) 소위 빽(배경을 뜻하는 영어 ‘백그라운드’의 속어)이 존재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을 '40세 구직자'라고 밝힌 A씨가 작년 12월 고용노동부 '칭찬합시다'에 올린 글 중 일부다. A씨는 버스운전기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A씨처럼 경력이 없는 구직자를 버스기사로 채용하는 곳은 없었다. 그는 기간제 신분으로도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았다. A씨는 작년 고용부와 오산시가 공동 운영하는 오산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았다. A씨는 남수연 상담사를 만났다. 남 상담사는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 A씨가 원하는 오산에서 큰 규모의 B교통에 직접 전화도 걸었다. A씨의 상황을 설명하고 A씨에게 ‘꼭 취직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한 달 반이 흘렀다. A씨는 원하던 B교통에서 버스 운전대를 잡았다. ‘서류 전형, 임원 면접, 운전 테스트까지 통과했다’고 A씨는 글에 담았다. 당연한 취업 단계도 A씨에겐 ‘자랑’이었다. A씨는 "이번 달 첫 월급을 받았다"며 "저처럼 지인이 없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고용센터가 소중하다"고 했다.


A씨가 남 상담사를 "취직 못하는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 같았다"며 고마워했다. 남 상담사는 고용센터에서 8년 동안 일했다. 남 상담사는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A씨가 올린 칭찬글을 못 봤다, 제가 잘했다기 보다 A씨가 면접을 잘 봐서 취직하게 된 것"이라며 "열의있게 취업 준비를 잘 했던 분으로 기억한다"고 기뻐했다.


남 상담사는 센터에서 일한 이후 한 달에 5명 이상 A씨처럼 원하는 일자리를 찾아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소위 좋은 직장은 고용센터와 채용 절차를 공유하지 않고 단독으로 진행하는 게 어려움이라고 했다. 취업을 제안할 수 있는 기업이 더 늘어나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남 상담사는 "오산에서 기업을 못 찾으면 기흥, 화성 등 주변 도시까지 알아보고 있다"며 "최근 경기가 나쁜 게 느껴진다, 중장년층의 방문이 늘었다"고 걱정했다.


남 상담사가 느낀대로 올해 고용 상황은 심상치 않다. 작년 12월 고용부와 기획재정부가 합동으로 연 '일자리 태스크포스' 1차 회의에서 올해 고용률은 68.7%(15~64세)로 작년(68.5%) 수준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실업률은 3.2%로 작년 보다 0.2%포인트 오르고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은 10만명에 그치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 전망대로라면 올해 취업자 증가폭은 작년 81만명에서 88%나 급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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