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경제 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서로 통화를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에서 미국 달러의 영향에 대항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2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다음 날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브라질의 헤알, 아르헨티나의 페소를 통합해 새로운 통화를 만드는 것이다. 공동 통화의 가칭은 ‘수르(Sur)’로 전해졌다.
FT는 “통화 통합이 성사된다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통화 블록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통화가 중남미 전체에서 통용될 경우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통화 연합으로 세계 GDP의 14%를 차지하는 유럽연합(EU) 유로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통화 동맹’이 탄생하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조치가 미국 달러의 영향력에 대항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남미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자국의 통화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왔으며, 그 대안 가운데 하나가 통화 통합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미국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며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해 발생한 달러 초강세, 이른바 ‘킹달러’ 영향으로 다른 나라의 통화 가치가 급락해 그만큼 고물가가 심각해지고 자본이 이탈하는 문제가 빈발했다. 블룸버그는 “3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율과 싸우고 있는 아르헨티나 측에서 (브라질에) 공동 통화를 만들자고 먼저 제안했다”고 전했다.
브라질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해 좌파 정부가 들어선 것도 양국 간 공동 통화 논의에 속도가 붙을 수 있었던 요인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도 중도 좌파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이끌고 있다. FT는 “다만 브라질 쪽에는 2020년 디폴트를 선언하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와의 통화 통합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