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핵 개발' 尹발언 조명한 CNN "美 핵우산 신뢰 잃었다"

여론조사 결과 인용…"韓 국민 다수, 차체 핵보유에 찬석"
서울 위해 샌프란시스코 내줄까…北의 본토타격 가능성↑
트럼프 재선 리스크도 불안 자극…"실현 가능성은 희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11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한국이나 미국이나 서로 북핵에 대한 위협에 함께 노출돼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국 CNN 방송이 연초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한국에서 자체 핵 무장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지원 수준이 명확하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며 대통령 개인의 의지에 따라 대북 정책이 흔들릴 수 있음을 체감하면서 '핵우산론'이 신뢰를 잃었다는 자체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 분석을 인용하며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CNN방송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한국인들은 왜 미국의 핵우산에 신뢰를 잃어가고 있나'(Why are South Koreans losing faith in America’s nuclear umbrella?)라는 제목의 기사를 웹사이트 상단에 배치했다. 해당 기사는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핵무기 보유 주장은 진지하게 여겨지지 않는 비주류적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주된 쟁점이 됐다"며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비중있게 다뤘다.


최근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자체 핵보유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한때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일련의 저명한 학자들도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게 CNN이 제시한 근거다.


올 초 국방·외교부 업무 보고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마저 해당 견해를 제시했다"는 내용도 담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부·국방부 2023년 업무보고 도중 “우리가 공격당하면 100배, 1000배로 때릴 수 있는 대량응징보복(KMPR) 능력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게 공격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며 “북핵 문제가 더 심해지면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CNN은 통상 핵우산으로 불리는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전략에 대한 불신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현재 한국은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지원할 의무가 있는, 즉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전략의 범위 내에 있지만 정확히 어떤 형태의 '지원'이 이뤄질지와 관련한 세부 사항은 명확하지는 않아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미국이 핵전쟁 발발시 서울을 지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위험하게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오래 전부터 서울에서 제기돼 왔다"며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거론한) 해묵은 의문이 잘 나타내 보이듯 미국 정부는 자국 본토에 대한 보복 핵공격 가능성에 직면한다면 개입을 제한해야 할 확실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기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미국이 왜 한국을 지켜야 하느냐는 입장을 보인 데 이어 최근 2024년 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도 한국인의 불안을 자극한 요인으로 지목했다. 실제 안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 연구원은 "미국은 예전만큼 신뢰할 만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며 "(한국)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이 한국에 다르게 접근할 행정부를 재차 선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다만 CNN은 미국에 대한 신뢰 상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가 최근 윤 대통령이 거론한 한국의 자체 핵보유나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를 둘다 반대한 점도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꼽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과 합동핵연습을 논의 중이라고 발언했을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실제로 그렇게 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아니다(No)"라고 짧게 답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다만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따른 각종 제재로 원전 가동이 어려워지는 등의 문제 소지가 큰 만큼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미국과의 관계가 혼란스러워질 뿐 아니라 인전국인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MIIS) 소속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책임자인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이스라엘은 핵무장을 하고서도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는 걸 두려워한다"며 "핵무기가 핵무기의 위협을 근본적으로 상쇄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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