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직원들에게 연가를 쓰지 말라고 '갑질'하고 자신을 우수공무원으로 '셀프 추천'한 공무원이 자신의 징계에 대해 불복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용석 부장판사)는 공무원 A 씨가 "감봉 1개월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속 부처를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는 중앙부처 산하 기관에서 중간관리자로 근무 중 성실·비밀엄수·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는 부하직원들에게 '휴가를 자제하라'고 지시하고 휴가를 낸 직원에게는 "나는 연가도 못 가는데 너는 연가를 간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부하직원은 A 씨의 말에 수수료를 물고 외국 여행 항공권과 숙소 예약을 취소하기도 했다. 다른 직원은 원형 탈모가 생기고 대상포진에 걸려 병가를 내겠다고 했으나 A 씨로부터 "다음 인사에 다른 부서에 보낼 테니 그때 병가를 내라"는 답변을 들었다.
소송을 낸 A 씨는 “내게 감정이 좋지 않은 일부 직원이 음해하려 꾸며낸 것”이라며 "해외여행을 취소한 직원은 자유의사로 취소했으며 병가를 내려던 직원 역시 일을 못 할 정도로 위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직원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데다 A 씨의 지시를 전달한 부서 내부 보고 내용과도 일치하는 점 등을 근거로 징계 사유를 인정했다.
A 씨는 또 지난 2019년 우수공무원을 추천하라는 공문이 내려오자 본인 전결로 자신을 단독 추천해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공적 심사를 거쳐 우수공무원 추천 대상자를 정하도록 한 것은 상급자가 독단적으로 추천 대상자를 정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판결은 A 씨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