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번호를 조작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20대 태국인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국내에 머물며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정원 부장판사)는 사기와 전기통신사업법위반, 출입국관리법위반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휴대전화, USB 모뎀 등에 대포 유심칩을 삽입, 관리함으로써 실제 발신번호가 아닌 국내 이동통신사의 발신번호가 표시되도록 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 B씨로부터 “휴대전화에 유심칩을 삽입한 다음 휴대전화를 껐다 켰다 하는 방식으로 통신장비를 관리해주면 1주일에 40만 원을 주고, 숙소를 구하여 집세를 내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이를 승낙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원이 됐다.
이후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타인 명의로 개통된 유심칩과 휴대전화 등을 제공받아 유심칩을 휴대전화에 삽입한 다음, 시간에 맞춰 전원을 켜거나 끄고, 휴대전화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유심이 정지될 경우 유심을 교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휴대전화를 관리했다.
이어 타인 명의로 개통된 유심칩을 노트북과 연결시키고 원격제어 프로그램 등을 실행시켰다. 그는 이런 방법을 통해 해외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국내 이동전화 번호(010)로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기를 칠 수 있도록 했다. 편취한 금액만 모두 5억 2000만 원에 달한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 24일 비자 기간이 만료되었으나 출국하지 않았고, 이후 약 두 달간 한국에 머물며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발신번호를 조작한 범행은 피해자로부터 조직적?계획적으로 금원을 편취하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위한 것으로서 그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며 “일반 국민들로서는 대처가 어려운 사정을 고려할 때 그 범행에 가담한 자들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크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 보이스피싱에 가담하는 외국인 비율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2%에 그쳤던 외국인 보이스피싱 범죄자는 지난해 4%로 급증했다. 규모로 봐도 2018년 831명에서 4년 만에 1054명으로 200명 이상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