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레고랜드發 CP·신용채권 불안 40일 만에 회복…과거보다 빨라”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엔 60~90일 소요
국내외 경기둔화에 비우량등급은 어려울 수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연합뉴스

지난해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이후 불안했던 단기자금시장이 약 40일 만에 회복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과거 시장 불안 상황보다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지만 비우량등급이나 부동산금융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차별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평가다.


24일 한은 금융시장국은 ‘최근 CP 및 신용채권 시장 회복세에 대한 평가’를 통해 “2~3개월 전만 해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ABCP 시장 불안으로 경색 국면을 보였던 기업어음(CP)과 신용채권 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자금 압박이 나타나는 연말을 무사히 넘긴 데다 연초 회사채 발행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시장 기능이 회복됐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공사채와 특수은행채 발행이 호조를 보이면서 시장 회복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전채 등 공사채와 특수은행채 발행이 민간채권평가사 평균금리(민평금리)보다 낮은 발행 금리로 시장에서 소화되면서 연말 우량 대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이 재개됐다는 것이다. 발행시장 회복세로 신용스프레드도 지난해 11월 말 이후 축소 전환했다.


다만 비우량 증권사의 CP는 연말까지 순상환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발행금리가 민평금리를 웃도는 수준에서 형성되고 만기도 3개월 이하로 발행되는 등 신용도에 따라 회복세가 차별화되고 있다. 우량 증권사 CP는 발행금리가 민평금리보다 낮은 사례가 빈번하고 만기도 3개월을 초과하는 비중이 지속 상승하는 등 발행 여건이 개선됐다. 한은은 올해 1월 1~12월 중 증권사(2000억 원)와 PF-ABCP(1조 2000억 원) 비우량물도 순발행 전환했으나 이는 연초 기관의 자금집행 재개 효과, 일부 기간관 특수거래에 따른 것으로 파악했다.


한은은 이번 레고랜드 PF-ABCP 사태가 발생한 지 40일 만에 회복세로 전환한 만큼 과거 위기 때보다 신용채권시장의 회복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5년 대우조선해양 사태,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는 시장 회복까지 60~90영업일 이후에나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시장이 빠르게 회복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주요국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 등 우호적 시장 여건 속에서 정부와 한은의 시장안정대책이 신속 발표되고 집행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시장 회복이 대부분 정책 효과로 인한 것인 만큼 시장 자체 수요가 충분한지는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민 한은 채권시장팀 차장은 “향후 CP·신용채권 시장은 회복세를 이어가겠으나 금리 하향 안정화 기대 등 긍정적 요인과 경기둔화에 따른 신용위험 우려 증대, 만기도래 물량 부담 등 부정적 요인이 모두 잠재돼 있다”라며 “특히 향후 국내외 경기 둔화가 가시화될 경우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도 비우량등급이나 부동산금융 등 취약부문에 대한 차별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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