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혹한기 못버티는 유니콘…'오늘의집·리디'마저 찬밥

벤처투자 시장 불확실성 확산
몸값 40% 깎아도 구주 매각 난항
업계1위 알스퀘어 반년째 매물
"IPO 활성화만이 유일한 대안"


2023년 새해가 밝은 지 한 달이 되도록 벤처 투자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치솟던 스타트업 몸값이 정체하고 직전 투자보다 절반 가격에 매물로 나온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의 구주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니콘도 언제든 도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벤처 투자 시장에 전방위적으로 확산한 영향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늘의집(버킷플레이스) 등 스타트업 주식을 시장에 내놓은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비스톤에쿼티파트너스 등 몇몇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해당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프로젝트 펀드 조성에 나섰지만 자금을 댈 출자자들을 확보하지 못했다.


오늘의집은 지난해 상반기 여러 투자자로부터 약 2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반열에 오른 곳이다. 이번 구주 거래에서 해당 기업가치보다 30~40%의 할인율을 적용했지만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오늘의집은 데카콘(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웃돈을 주더라도 구주 물량을 구하려던 투자자들이 넘쳐났다.


또 네이버가 지분 매각을 진행 중인 기업가치 3조 원의 해외 유니콘인 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 허니북에 대한 시장 반응도 싸늘하다. 구주 투자를 통해서는 해당 기업과 소통이 어려운데다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탓에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전자책 시장의 독보적인 1위 기업인 리디도 구주 거래 시장에서 찬밥 대우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전자책 사업과 웹툰 서비스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오히려 기업가치는 뒷걸음치고 있는 모습이다. 리디는 지난해 초 신주 투자 유치를 통해 1조 6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달성했지만 현재 벤처 투자 시장에서 리디의 구주는 직전보다 반값에 내놓아도 사려는 투자자를 좀처럼 찾기 힘들다.


실제로 리디에 초기에 투자한 몇몇 벤처캐피털(VC)이 8000억~9000억 원 수준의 기업가치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대부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펀드 만기 때문에 직전 투자 유치 때의 절반 가격에 내놓았지만 가격을 더 깎아달라는 요구가 많아서 매각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국내 프롭테크(부동산 자산과 기술의 합성어) 분야 대표 기업인 알스퀘어의 지분은 시장에 나온 지 반년째다. 알스퀘어는 지난해 초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8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예비 유니콘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곳이다. 지난해 하반기 PEF 운용사 폴스타파트너스가 지분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인수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 투자 업계에서는 가장 큰 원인으로 스타트업들의 생존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고 있다. 실제로 신규 투자 유치가 막히고 기업공개(IPO) 시장마저 침체에 빠지면서 벤처 투자 시장에서 ‘안전한 투자’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한때 촉망받았지만 현재 생존의 기로에 선 왓챠와 메쉬코리아, 또 최근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 컬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스타트업 투자 절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일한 투자 회수 창구였던 IPO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