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통합 수능 도입 이후 두 번째로 치러진 2023학년도 입시 역시 이과생의 ‘문과 침공’ 현상이 심화하면서 교육 당국이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수능 재설계가 근본적인 처방이지만 대입 제도가 4년 예고제로 당장 수술이 어려운 만큼 가능한 범위부터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 당국이 추진하는 방식은 선택과목 난이도 조절과 대학 선발 방식 변경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진행된 서울 소재 대학 입학처장 간담회에서 “수능 과목으로 인해 입시의 불리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험의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개선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우선 수능 난이도를 조절해 수학·탐구 영역의 선택과목 간 유불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현행 수능은 원점수가 같을 경우 평균이 높을수록 표준점수가 낮게 나온다. 이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과 기하의 난도를 낮추고 문과생들이 응시하는 확률과 통계를 어렵게 출제하면 문·이과생 간 표준점수 편차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셈법이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현행 수학 표준점수 계산 방식은 공통 범위 평균 점수가 높은 집단일수록 표준점수가 높게 나오기 때문에 선택과목의 난이도를 조절하더라도 수학을 잘하는 이과생이 여전히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른 대안은 대학들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문·이과 모집 단위의 칸막이를 허물거나 아예 울타리를 치는 방법이다. 문·이과 모집 단위 칸막이는 자연 계열 모집 단위에 적용된 선택과목(미적분·기하와 과학탐구) 지정을 풀어 문과생들도 이과생처럼 교차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조정점수제로 확률과 통계 선택자가 불리하기 때문에 실제 효과는 미지수지만 기회의 형평성 차원에서는 시도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방법은 이과생들이 인문 계열 모집 단위에 지원하는 것을 통제하는 방법이다. 인문 계열 모집 단위 지원 자격을 확률과 통계나 사회탐구 선택자로 제한하거나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는 융합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문·이과 통합 취지에 맞지 않고 난도가 낮은 과목에 가산점을 주는 것에 대한 타당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교육부와 대학들은 각종 지표 분석과 의견 수렴을 거쳐 4월께 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