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사업 실적 부진에 직면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국내 가전업계가 위기 돌파를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혁신 제품 개발을 위해 조직 정비와 인력 수혈에 나섰다. LG전자는 실적 안정 궤도에 오른 전장 사업을 육성하면서 ‘가전 보릿고개’에 대응하는 중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산하 키친, 리빙개발그룹 등 2개 팀을 냉장고, 조리기기, 식기세척기, 의류케어, 청소기 개발그룹 등 5개 팀으로 개편했다. 개발팀 아래 소프트웨어개발그룹도 제품군 별로 5개로 세분화했다.
생활가전사업부의 위기 극복을 위한 인력 확보에도 힘을 쏟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영상디스플레이(VD), 모바일경험(MX) 사업부 임원 6명을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으로 보냈다. 지난해 말에는 디바이스 경험(DX) 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인센티브 2000만 원, 3년 뒤 기존 사업부 복귀 등 ‘파격 조건’을 내걸고 생활가전사업부 사내 채용을 실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외부로 문을 넓혀 경력 사원 공개 채용 절차도 밟고 있다. 삼성전자는 선행연구개발조직인 삼성리서치에도 차세대가전연구팀을 신설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조직 쇄신은 글로벌 가전업계 부진 속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가전 사업 영업이익이 3180억 원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는 주요 사업부문 중 유일하게 1위에 올라본 적이 없는 생활가전사업부가 여전히 혁신 제품 부족 상태에 있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는 생활가전사업부장을 맡았던 이재승 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현재 생활가전사업부장을 겸직하는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은 이달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CES 2023’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경기가 위축되고 불황이 지속돼 (지난해 4분기 실적 악화를)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며 “항상 목표는 1등”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생활가전 1위인 LG전자는 가전 사업의 부진을 전장 사업 흑자로 만회하기 위해 사업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LG전자의 생활가전(H&A)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 4455억 원에서 4분기 192억 원으로 급감한 것으로 추산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 상반기 TV·생활가전 사업 모두에서 적자 터널에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전사업부와 달리 LG전자의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지난해 2~4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거두며 연간 기준으로도 첫 흑자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 역시 지난해 연간 8조~10조 원 대를 기록해 LG전자 전체 매출액의 10% 안팎 수준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VS사업본부 출범 후 전장 비중이 전체 LG전자 매출의 10%를 넘은 경우는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업계는 LG전자의 전장 사업 수주 잔고도 지난해 말 기준 80조 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6일 CES 2023 기자간담회에서 “전장 사업은 이제 액셀러레이터(가속 페달)를 밟을 일만 남았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