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발(發) 초강력 한파가 이어지면서 계량기·수도관 동파 등 피해가 속출했다. 항구와 해수욕장 등 바다마저 얼어붙게 한 강추위에 한랭 질환으로 사망자도 나왔다. 도로까지 꽁꽁 얼면서 시민들은 설 명절 연휴 이후 첫 출근 날 불편을 겪었다. 26일에는 서울에 최대 7㎝의 눈이 쌓이는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설까지 예고돼 출퇴근길 교통 대란이 우려된다.
25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영하 20도를 밑도는 강추위에 계량기와 수도관이 동파되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이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3일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전국 계량기 동파는 140건에 달한다. 서울이 98건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는 21건으로 파악됐다. 수도관 동파는 충청남도 3건, 서울 1건 등 4건이 발생했다. 일부 아파트나 빌라 등 주거지역에서는 동파 사고에 대한 피해 보상을 두고 이웃끼리 마찰을 빚기도 했다.
매서운 한파에 출근길 시민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일부는 갑작스러운 추위를 피하기 위해 휴가를 사용하기도 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김 모(30) 씨는 “서울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며 “춥다는 것을 알고 귀마개와 내의를 입고 출근길에 나섰는데도 지하철을 기다리며 벌벌 떨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사는 박 모(36) 씨는 “연휴 중 한파가 예고돼 출근을 포기하고 휴가를 썼다”며 “집에서 꼼짝 않고 하루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체온증 등 한랭 질환에 따른 사망자도 발생했다. 24일 오전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의 한 아파트 지상주차장에서 80대 노인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노인을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당시 진천군 기온은 영하 14.9도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들어 23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한랭 질환자는 총 272명으로 이 가운데 10명이 사망했다.
노점상·전통시장 상인들은 난로에 의지한 채 영업을 이어갔다.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한 상인들은 추위보다 장사가 되지 않는 게 더 힘들다고 밝혔다. 서울 구로구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김 모(60) 씨는 “일을 하다 보면 머리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얼어붙는다”며 “몸이 힘든 것은 참을 수 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 것이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26일에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눈 소식까지 예고됐다. 한파가 완전히 누그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눈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돼 출근길 교통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은 26일 오후 3시까지 최대 7㎝의 눈이 쌓일 것으로 예보됐다. 서울시는 서울 지하철과 시내버스 전 노선의 출퇴근 시간대 집중 배차 시간을 30분 연장할 방침이다. 출근 시간대는 오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퇴근 시간대는 오후 6시부터 8시 30분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