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기술경찰, 반도체 국가핵심기술 中유출 또 무더기 적발

특허청, 대전지검과 6명 기소
임원 승진 탈락하자 앙심 품고
CMP 동업 약정후 조직적 유출
중견기업 최소 1000억대 피해
수사 9개월만에 檢송치 첫 성과

사진 설명



국가핵심기술인 반도체 웨이퍼 관련 핵심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국내 반도체기업 직원들이 특허청 기술경찰에 붙잡혔다.


반도체 기업 세 곳에서 이들이 핵심 기술을 빼돌려 발생한 피해 규모는 최소 1000억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웨이퍼 연마(CMP) 기술을 보유한 한 중견 기업의 경우 영업비밀 유출로 1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은 특허청 소속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기술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해 주범 3명을 구속한 뒤 검찰에 송치한 첫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허청은 소속 기술경찰과 대전지방검찰청이 CMP 관련 기술을 중국에 무더기로 유출하려한 국내 대기업·중견기업의 전 직원 3명을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또 다른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범행은 임원 승진에서 탈락한 직원이 주도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허청과 검찰에 따르면 반도체 X사의 전 직원이자 주범인 A씨(55세)는 임원 승진에 탈락하자 2019년 6월 중국 업체와 반도체 웨이퍼 연마제(CMP 슬러리) 제조사업 동업을 약정했다. 이후 그는 근무 중 메신저 등으로 중국 내 연마제 생산설비 구축 및 사업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반도체 관련 기업 연구원인 B씨(52세·구속), C씨(42세·구속), D씨(35세·불구속)를 스카우트해 중국으로 이직시켰다. 2020년 5월부터는 A씨 자신도 중국 업체의 사장급으로 이직했다.


이들은 컴퓨터 또는 업무용 휴대전화로 회사 내부망에 접속해 반도체 웨이퍼 연마 공정도 등 회사의 기밀자료를 열람하면서 개인 휴대전화로 사진촬영하는 수법 등으로 핵심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자료에는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 웨이퍼 연마제 및 연마패드 관련 첨단기술과 영업비밀은 물론 국가핵심기술 등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는 특허청 기술경찰이 지난해 3월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로부터 중국 업체로 이직한 연구원들에 대한 첩보를 받은 후 시작됐다. 같은 해 4월 코로나 방역이 완화되면서 중국에 체류하던 일당 중 한명이 일시 귀국하자 추적 및 잠복수사 등을 통해 소재지를 찾아 급습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속하게 증거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웨이퍼 연마기술의 무단유출 및 사용 증거 등을 다량 확보했고 디지털포렌식 증거 분석을 통해 연구원들의 이직을 주도한 추가 공범 4명이 있는 사실과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비밀까지 대거 유출된 정황을 발견해 추가 입건했다. 이후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통해 중국으로의 복귀를 막았다.


기술경찰은 수사를 개시한지 9개여월만인 2022년 12월까지 주범 3명을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나머지 전·현직원 3명은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모두 송치했다. 대전지방검찰청은 2023년 1월 이들을 모두 기소했다.


피해 기업 3사 중 규모가 가장 작은 Y사의 경우만 하더라도 기술유출로 인해 1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지만 A씨 등이 유출한 자료로 중국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구속함으로써 추가적인 경제적 피해를 차단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허청은 지난 2021년에도 디스플레이 생산설비의 일종인 천장대차장치 관련 기술을 국내 중견기업에서 빼내 중국으로 유출하려 한 일당 7명을 적발해 기소했다.


특허청 기술경찰은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유출을 막고 특허권·영업비밀·디자인권 침해·유출 범죄 수사를 위해 2019년 3월 설립됐다. 2021년 7월 기술범죄수사 전담조직인 ‘기술경찰과’로 개편한 후 조직 규모가 커졌다. 기술경찰은 박사(공학·약학·법학·디자인), 변호사, 변리사, 포렌식전문가, 심사?심판경력자 등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수사관을 배치해 기술전문수사를 위한 인적 토대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허청은 올해 상반기 기술범죄수사지원센터를 신설, 최첨단 수사 장비를 갖춰 기술범죄수사에 특화된 과학수사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시형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우수한 반도체 연구 인력이 해외로 이직해 기술유출의 유혹을 받지 않도록 특허청 심사관으로의 재취업 기회를 제공해 기술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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