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환자로 위장시켜 병역을 면제받게 하거나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급을 낮춘 병역 브로커와 병역 면탈자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26일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이 합동으로 구성한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은 브로커 김 모(38) 씨를 구속기소하고 병역면탈자 15명과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면탈자 가족과 지인 6명 등 21명을 병역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구속기소된 구모(47)씨에 이어 두 번째 적발된 병역 브로커다. 병역면탈자 중에는 공중보건의 의사, 프로게이머 코치, 골프선수 등이 포함됐다.
김 씨는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병역 의무자 등과 공모해 뇌전증 증상을 꾸며낸 뒤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고, 이를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뇌파 검사에서 이상이 나오지 않더라도 임상 증상만으로 진단받을 수 있는 뇌전증의 특성을 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내가 준 시나리오대로 뇌전증 환자인 것처럼 행세하면 병역을 감면시켜 주겠다'고 약속한 뒤 컨설팅비 명목으로 총 2억 610만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가 제공한 ‘시나리오’에 따라 뇌전증 환자로 가장한 병역 의무자들은 병원에서 받은 허위 진단서와 약물 처방, 진료기록 등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았다. 김 씨는 “뇌전증 5급을 못 받으면 보수를 전액 환불하겠다”는 내용의 자필 계약서를 쓰며 자신의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도 했다.
검찰은 병역판정 전후에 가족과 지인이 적극적으로 가담한 정황도 확보했다. 이들은 브로커와 병역 면탈 계약을 직접 맺거나 돈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뇌전증 증상의 목격자, 보호자로 행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들 브로커를 통해 병역을 불법 회피한 용의자가 더 있다고 보고 추가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