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창기업 회장의 아들 이 모(36) 씨는 임신 중인 아내와 ‘태교 여행’을 하다가 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구속됐다. 3인조 가수 그룹 멤버인 미국 국적의 가수 안 모(40) 씨는 상습적으로 대마를 사들이고 피우는 것은 물론 미성년 자녀와 거주 중인 제주 소재의 자택에서 대마를 재배하다 적발돼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검찰이 대마를 재배·유통하고 흡연한 혐의를 받는 재벌·중견기업 2~3세, 전직 고위 자제, 연예인 등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유학 시절 인연으로 대마를 주고받은 이들은 일종의 ‘마약 카르텔’을 형성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신준호 부장검사)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직접수사를 한 결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10명을 구속 기소하고,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함께 입건됐으나 해외로 도주한 3명에 대해서는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이번 수사로 재판에 넘겨진 마약 사범 중에는 부유층 자제들이 대거 포함됐다.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손자인 홍 모(40) 씨는 대마 흡연을 넘어 직접 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연예기획사 대표 최 모(43) 씨는 소속 가수인 안 씨에게서 대마를 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외에 효성 창업주 고(故) 조홍제 회장의 손자인 조 모(39) 씨, JB금융지주 일가인 임 모(38) 씨와 전직 대통령 경호실장 아들 김 모(45) 씨 등이 대마 매수·흡연 등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미국 국적인 한일합섬 창업주 손자 김 모(43) 씨 등 3명은 현재 해외로 도주한 상태로 검찰이 체포 영장을 발부 받아 지명수배 중이다. 재판에 넘겨진 마약 사범 중 4~5명은 과거 동종 범죄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 시절 대마를 접한 상태에서 귀국 후에도 이를 끊지 못하고 수년간 지속적으로 흡연해 온 경우”라며 “대마 또한 필로폰 못지않게 중독성이 심각한 마약으로 이를 엄단해 유통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대마 재배 혐의 등으로 경찰이 구속 송치한 김 모(39) 씨에 대한 보완 수사를 통해 마약 유통 정황을 포착하고 자택 압수수색 등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경찰은 성범죄 혐의로 김 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대마 재배 시설 등 증거물을 발견하고도 증거로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직접수사에 나서 김 씨 주거지에서 압수한 국제우편물 등을 토대로 추적 수사에 나선 끝에 마약 사범들을 줄줄이 입건했다. 검찰은 이들이 대마를 팔아 벌어들인 범죄 수익에 대한 몰수·추징 보전 절차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