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환혼' 최강 빌런을 만든 조재윤의 밑거름

'환혼' 조재윤 / 사진=올빛엔터테인먼트 제공

'환혼'에서 빌런으로 활약한 배우 조재윤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무게감 있게 작품을 끌고 나가면서 긴장감을 주는 역할을 했다. 그 안에는 캐릭터의 아픔을 공감한 조재윤의 마음이 있었다. 과거 자신이 겪었던 아픔과 외로움을 떠올렸고, 캐릭터에게 투영한 것이다.


tvN 토일드라마 '환혼'(극본 홍정은 홍미란/연출 박준화)은 역사에도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은 대호국을 배경으로,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인해 운명이 비틀린 주인공들이 이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판타지 로맨스다. 조재윤이 연기한 진무는 천기를 살피고 기록하는 왕실 직속 기관인 천부관의 부관주다. 진요원 원장인 진호경(박은혜)의 이복동생이자, 세자(신승호)의 술법 수행을 이끈 스승으로 자신의 야욕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수많은 작품을 한 조재윤은 유독 악역으로 기억에 남는다. 선역도 많이 했지만, 악역으로 출연한 작품이 성공을 거두면서 대중이 악역으로 기억했기 때문이다. 영화 '범죄도시', 드라마 '태양의 후예', '구해줘' 등이 대표적인 예다.


'환혼'에서도 최강 빌런으로 활약했다. 진무는 금지된 환혼술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이를 빌미 삼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다. 왕을 심리적으로 압박해 왕실을 좌지우지하고, 제왕성을 타고난 장욱(이재욱)을 제거하기 위해 애쓴다. 진무가 권력을 욕심내게 된 배경에는 서자라는 출생의 아픔과 진호경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 깔려 있다.


"진무는 불쌍한 사람이에요. 환경과 사회가 진무를 그렇게 만든 거죠. 서자였고, 대우받지 못했고, 심지어 밥도 제대로 못 얻어먹어요. 잡일은 혼자 다 하는데 약과도 눈치 보면서 먹죠. 치인 게 많으니 서럽고 괴롭겠죠. 그러던 중 환혼술을 배웠는데, 좋은 데 쓰지 못하고 날 무시했던 사람들을 짓누르는 데 써요. '강한 힘을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데, 결국 갖지 못하고 죽는 인물입니다."



'환혼' 스틸 / 사진=tvN

진무가 빌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데에는 의상과 헤어스타일의 몫이 크다. 권력을 탐하기에 늘 깔끔하다. 또 아이라이너로 카리스마를 더해 캐릭터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이는 퓨전 사극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배우들끼리 의상의 수가 많으면 권력이 높다고 해요. 진무는 그런 의미에서 의상도 많았어요. 헤어스타일도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깔끔함을 추구하는 진무 성격상 올백이 어울린다고 판단했죠. 헤어팀이 먼저 세팅해 주면, 제가 현장에서 정리했어요. 이런 머리를 하니까 정확해 보이더라고요. 수염도 많이 신경 썼죠."


'환혼'이 퓨전 사극인 만큼 말투와 톤도 중요했다. 현대극과 정통 사극의 중간 지점에서 중심을 잡아야 되는 것이다. 조재윤도 언어적인 부분에 중점을 뒀다고. 그는 만나는 인물에 따라 말투의 차이를 두면서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현대말과 사극 말을 잘 접목시켜야 됐어요. 현대말을 쓰되 사극 말투를 접목시키는 걸로 방향을 잡았죠. 현대말로 하다가, 어미에서 사극으로 바꾸면 한결 괜찮더라고요. 왕과 세자를 만날 때는 사극을 많이 쓰고, 대립하는 박진(유준상)을 만날 때는 조금 다르게 타이를 뒀어요."




CG 연기는 수치스러웠다고. 장르 특성상 술법을 사용할 때, CG가 들어가는데 현장에서 아무것도 없는 채로 연기했기에 쑥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 마임을 오랫동안 연습했기에 몸을 움직이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웃음을 참는 건 곤혹스러웠다.


"진무가 놀림을 많이 받는 신이 있어요. 발끝부터 몸이 어는 장면인데, 브레이크 댄스처럼 되더라고요. 몇 번을 했는데 웃음이 터지고 난리 났죠. 동료 배우들도 많이 웃었고요. 현장에서는 어디까지 CG로 표현되는지 모르니까 거의 제 원맨쇼처럼 보였거든요. 그래도 드라마로 보니까 멋지더라고요. 다행이었죠."


조재윤은 진무를 보고 있으면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마음에 아픔을 감추고 살아가는 진무에게서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조재윤은 밝게 살아가면서, 말하지 못한 아픔을 품고 있었고, 최대한 훌훌 털어버리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우연치 않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됐는데, 발음도 안 되고 비율도 안 좋다 보니 안 좋은 말을 들었어요. 그게 트라우마가 됐죠. 최대한 혼자 프로필 돌리고, 인사하고, 영업하는 마음으로 뛰어다녀서 지금의 제가 됐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게 진무 같더라고요. 진무는 외로워요. 아프고 눈물이 나는 부분도 많죠. 시청자들이 가끔 '진무가 불쌍하다'는 댓글을 다는데, 마치 그게 저한테 보내는 위로 같아서 감동으로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조금 늦게 배우의 길에 들어선 조재윤에게 밑거름이 된 건 경험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기에 눈물이 많아졌고, 감정 연기는 자연스러웠다. 그는 아버지 영정 사진 앞에서 '이런 감정을 기억할 수 있어서 고맙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연기에 진심이다. 지금도 그는 꾸준히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면서 다가올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드라마, 영화, 예능, 봉사, 광고 등 가리지 않고 해요. 최근에는 굴삭기 자격증을 땄고, 오리 학교에도 등록했습니다. 음악 학원도 다니고 있는데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서예요. 이것저것 많이 준비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 경험이 묻어난다면, 시청자들도 더 감동받지 않을까요?"


조재윤에게 2022년은 바쁜 한 해였다. 30부작의 '환혼'으로 시청자와 만났고, 영화 '영웅'으로는 관객과 소통했다. 또 예능프로그램 '세컨하우스'에 출연하면서 진솔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에게 2022년은 뜻깊고 벅찬 한 해로 남을 것이다.


"2022년에 좋은 일도 많았는데, 개인적인 아픔도 있었어요. 사업을 하다가 믿었던 사람에게 크게 상처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모든 나무가 풍파를 맞으면서 열매를 맺잖아요. 2023년에는 더 큰 꽃이 필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절 악역 전문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휴먼 스토리도 잘하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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