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랴부랴 민심 달래기 나섰지만…당분간 '난방비 폭탄' 이어질듯

■난방비 쇼크에 긴급처방…118만가구에 1800억 지원
한파에 1·2월도 난방비 급등 가능성
설연휴 맞물리면서 메가톤급 이슈로
최상목 "韓 가스요금, 獨·佛의 절반"
요금정상화 불가피…민심이반 고심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스요금 등 에너지 가격 결정 과정에 정치가 개입돼 가격 체계가 왜곡되며 이번 ‘난방비 폭탄’ 논란이 발생했다고 봐야 합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1년 3분기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이슈 때문에 요금 인상 시기를 미뤘다”며 ‘난방비 폭탄’ 논란 발생 배경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문제는 이번 난방비 이슈가 정치권과 국내 경제의 주요 이슈로 급부상, ‘에너지 가격 정상화’ 시점이 또다시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 변동분을 즉시 소비자 요금에 반영하는 방식을 해법으로 제시하지만 이번 난방비 파동으로 ‘에너지 가격 결정 구조의 정치화’가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6일 세종 관가 내 여론을 종합하면 대통령실과 경제 부처 내에서는 이번 난방비 폭등과 관련한 여론의 파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정책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올겨울 에너지 수급 안정 및 전기요금 정상화를 정책 우선순위로 놓고 해당 이슈에 집중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신한울 1호기와 한빛 4호기 가동을 통해 2.4GW 용량의 전력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최대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인 94.5GW를 기록했던 지난달 23일에도 공급예비율은 안정적이라 평가받는 12%를 기록하며 ‘원전 역할론’ 여론에 확실한 힘이 실렸다. 정부는 특히 올 1분기 전기요금을 9.5% 올려 에너지 가격 정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난방요금의 기준점이 되는 가스요금은 올 1분기 서민 부담 급증을 이유로 동결을 결정했다. 가스요금은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 고공 행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15.9% 인상된 후 최소 6개월가량을 묶어두기로 했다는 점에서 정부와 가스공사로서는 상당한 손해를 감수한 정책 카드였다. 정부로서는 당시 기준 나름 최선의 카드를 꺼내 들었던 셈이다.




하지만 정부 예상과 달리 난방비 이슈가 메가톤급 파괴력을 가지게 된 데는 양력 기준 전년 대비 열흘가량 당겨진 설 연휴와 올겨울 한파가 자리한다. 지난해 12월 난방비 사용분 고지서가 올 1월 중순께 각 가정에 날아들며 설 연휴 가족 모임에서 밥상머리 화두가 됐고 민심이 크게 흔들렸다. 여기에 전년 대비 3도가량 낮은 올겨울 평균온도로 각 가정의 에너지 사용이 급증하며 난방비 이슈는 38.4%라는 가스요금 인상률의 수십 배나 되는 파장을 낳았다. 결국 이날 대통령실도 긴급 처방에 나섰다. 취약계층 117만 6000가구에 올겨울 한시적으로 에너지바우처 지원액을 30만 4000원으로 두 배 인상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가스공사도 160만 가구에 대해 가스요금 할인 폭 상한을 7만 2000원으로 두 배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에너지바우처 관련 예산으로 예비비 1000억 원 등 총 18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면서 다음 주 국무회의를 통해 바로 조치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런 난리 법석이 진정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설 연휴 한파가 포함된 1월 난방비는 전달보다 더 뛸 가능성이 크고 다음 달도 이상 한파로 난방비 고공 행진이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난방비 급등은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현상으로 한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지만 미수금이 올해 16조 원까지 치솟을 수 있는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악화 때문에 난방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민심을 달래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 수석은 ‘올 2분기 가스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민 부담이나 가스공사 재무 상황 등 여러 이슈를 고려해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을 흐렸다. ‘난방비 급등은 이전 정부 책임’이라는 윤석열 정부도 난방비 인상에 따른 민심 이반으로 고민이 깊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요금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한다. 전기요금 인상이 마지막으로 단행된 지난해 10월 기준 한국의 가스요금 소비자 가격은 메가줄(MJ·에너지단위) 당 22원 20전으로 독일(83원 70전), 프랑스(56원 60전)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가스요금 인상을 미룰 경우 지난해 ‘한전채 대란’과 유사한 ‘가스공사발 채권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무엇보다 가스요금 동결은 결국 후세대에게 가스공사 미수금 부담을 떠넘기는 조치라는 점에서 요금 정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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