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 거둔 현대차…세 가지 비결 살펴보니 [뒷북비즈]

■현대차 '영업익 10조 클럽' 눈앞
반도체 수급난·우크라 전쟁 불구
지난해 매출 142조로 신기록 달성
친환경車 등 해외판매 2.9% 늘고
제네시스 美 판매량도 14% 급증
고부가 모델로 수익성 방어 총력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도 한몫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사상 첫 9조 원대를 돌파하며 ‘10조 원 클럽’ 가입을 눈앞에 뒀고 매출액도 1년 만에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와 우크라이나 전쟁,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 잇따른 악재에도 미국과 유럽 등 자동차 선진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판매 전략을 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치솟은 원·달러 환율과 ‘제 값 받기’ 정책을 고수한 점도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차(005380)는 2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경영 실적 콘퍼런스콜을 열어 연결 기준 지난해 총매출액이 21.2% 증가한 142조 5275억 원, 영업이익은 47% 늘어난 9조 8198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최대 실적이다. 종전 기록은 2012년의 8조 4406억 원이었다. 매출은 2021년(117조 6106억 원)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최대 기록을 썼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4.2% 증가한 39조 5236억 원, 영업이익은 119.6% 급증한 3조 3592억 원으로 집계됐다.


①美·유럽 자동차 선진 시장 공략 주효=현대차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낼 수 있던 데는 미국과 유럽 등 자동차 선진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것이 우선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해외 판매 확대에 집중했다. 국내 판매는 68만 8884대로 전년 동기 대비 5.2% 줄었지만 같은 기간 해외 시장 판매는 2.9% 늘어난 325만 5695대를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 선진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이 상승하며 실적을 이끌었다. 지난해 미국 신차 시장 판매는 1389만 대로 2011년 이후 가장 부진했지만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5.6%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8년 이후 4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유럽에서 51만 8566대를 팔아 4.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기아(000270)와 합산한 현대차그룹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9.4%로 4위까지 치솟는다.



26일 서울 강서구 현대자동차 강서지점에 제네시스가 전시돼 있다. 성형주 기자

② 제네시스·SUV 등 수익성 높은 차종 판매=현대차가 제네시스와 SUV 등 수익성이 높은 차종 위주로 판매 전략을 편 것도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져 판매량을 크게 늘리지 못할 때 제네시스·SUV와 같은 비싼 차종이 많이 팔리면서 효자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13.7% 증가한 5만 6401대가 팔렸다. 2016년 미국 시장 진출 이후 5만 대 이상 판매한 기록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20만 대 이상 팔리며 현대차의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투싼·싼타페·팰리세이드·아이오닉5·GV80 등 수익성이 높은 SUV 모델들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판매량이 늘어난 것도 실적 호조의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 제공=울산시

③ 우호적 환율과 ‘제 값 받기’ 정책 고수=지난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1292원 20전으로 1998년(1395원)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에 원·달러 환율 상승은 호재다. 우호적인 환율 환경에서 해외에서 수익성이 좋은 고가 차량의 판매가 늘면서 환차익도 덩달아 증가했다.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차량 ‘제 값 받기’ 정책을 고수한 것도 수익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최근 2년간 반도체 공급난으로 차량 출고가 지연된 것은 악재였지만 공급자 우위 환경이 조성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할인을 하지 않고 제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돼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현대차가 공개한 지난해 판매량(도매 판매 기준)은 394만 2925대로 당초 판매 목표량(401만 대)를 하회했지만 실적은 오히려 개선됐다.


다만 현대차는 지정학적 영향, 인플레이션 확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 등 글로벌 불확실성 지속으로 올해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 변동성 확대, 업계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은 경영 활동에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공급난은 점진적으로 회복되며 생산과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러시아 사태 장기화와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둔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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