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예상보다 튼튼한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해석과 전망은 엇갈린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둔화세, 탄탄한 고용시장과 맞물린 성장 지표 호조로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반면 이코노미스트들은 국내총생산(GDP) 보고서 이면의 침체 신호에 주목하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9%(연율 환산 기준)를 기록했다. 전 분기(3.2%)보다는 0.3%포인트 낮은 수치지만 블룸버그가 조사한 시장 전망치 중위값 2.6%를 웃돌며 경기 침체 우려를 불식시켰다. 성장률 호조로 이날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76% 각각 상승 마감했고 비트코인 가격은 2만 3000달러대로 올라섰다. 시티인덱스의 시장분석가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경제가 둔화하고 있지만 전망치를 뛰어넘는 성장률이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를 지우고 있다”며 “이는 ‘골디락스 시나리오’로 칭할 수 있으며 (주식과 암호화폐 등) 위험 자산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일각에서는 이번 GDP 보고서가 앞으로 이어질 경기 침체의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비관론을 부추기는 대목은 미국 경제의 주춧돌인 개인소비 부문이다. 지난해 4분기 개인소비는 전년 대비 2.1%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2.9%에 못 미쳤다. 특히 소비자와 기업 등 민간 분야의 소비 잠재력을 측정하는 항목인 민간 국내 구매자에 대한 최종 판매가 3분기 1.1%에서 4분기 0.2%로 떨어졌다. 스티펠니콜라우스앤드코의 린지 피에그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가 경제적으로 건강하지 않다면 오늘 확인한 강력한 성장은 물론 향후 성장세를 유지할지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경기 침체 쪽으로 조금씩 흔들리며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코노미스트들은 4분기 성장에 기여도가 높았던 기업 재고(+1.46%포인트), 무역(+0.56%포인트)이 변동성이 큰 항목이라는 점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향후 경기에 대한 월가의 시각도 엇갈린다. 윌링턴트러스트의 최고이코노미스트 루크 틸리는 “일자리 증가와 소비자들의 서비스 지출, 기업들의 투자가 유지되는 한 연착륙 전망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TIAA뱅크의 세계시장 부문 대표인 크리스 개프니는 “연준이 경제 연착륙을 위해 균형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확실히 매듭지어야 하는 부분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연준의 역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