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춘 '청년 월세대출'…1년새 이용건수 10배 늘었다 [S머니]

HUG '보증부 대출' 역대 최대
보증금 최대 3500만원 연 1.3%
까다로운 조건 탓 2021년 8건뿐
부부 연소득 2000만→5000만원
대출 요건 완화 후 78건으로 급증
보증금 이자 부담·'빌라왕' 사태에
전세 대신 월세 선호 영향도 한몫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거래 물건을 안내하는 안내지가 붙어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저소득 청년에 월세를 지원하는 ‘청년전용 보증부월세대출’ 상품 대출 건수가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에 ‘빌라왕 사태’ 등 전세사기까지 터지면서 월세 수요가 커진데다 신청 기준이 완화되며 대출이 급증했다.


2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실행된 청년전용 보증부월세대출 건수는 총 78건으로 집계됐다. 고작 8건에 그쳤던 2021년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약 10배 가까이 늘었다. 청년전용 보증부월세대출은 HUG가 만 19세 이상~만 34세 이하 청년층의 주거를 지원하기 위해 2018년 12월 출시한 금융 상품이다.


유명무실 지적에 신청 요건 완화


저소득 청년을 위한 저금리 정책금융 상품인 만큼 이자는 연 0~1%대로 낮다. 보증금의 경우 최대 3500만 원 이내에서 연 1.3%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월세의 경우 20만 원까지는 무이자 대출이 가능하며 20만 원을 초과하는 월세금에 대해서는 연 1%의 금리가 책정된다. 월세금은 월 50만 원 이내에서 최대 12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지난해 들어 이 상품의 대출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 건 대출 요건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앞서 청년전용 보증부월세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청년만 신청할 수 있는 등 조건이 매우 까다로웠다. 주휴수당을 받으며 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을 채워 일하면 2021년 기준 최저시급(8720원)을 받아도 소득 요건에서 탈락하는 셈이었다.


실제로 청년전용 보증부월세대출 상품 공급 실적은 2019년 60건, 2020년 16건, 2021년 8건 등으로 매년 절반 이상씩 급감하기도 했다. 있어도 이용할 사람이 없다는 비판에 HUG는 지난해 1월부터 소득 기준을 부부 합산 연소득 5000만 원으로 기존 대비 3000만 원 상향했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주택 범위도 월세 60만 원 이하에서 70만 원 이하로 확대했다.


HUG 관계자는 “지난해 소득 기준, 신청 대상 등이 많이 확대되고 무이자 부분이 생기기도 했다”며 “그러다 보니 수요가 조금 더 늘어난 듯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용면적 요건은 60㎡ 이하로 기존과 같다. 이외 올해 기준 자산 요건은 부부 합산 3억 6100만 원 이하이며 주택도시기금대출 등과의 중복 대출은 불가능하다.






◇서울 월세비중 57%…7개월 만에 최고


신청 요건 완화와 함께 월세 수요가 급증한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확정일자를 받은 서울 주택 임대물건 중 월세 비중은 57%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전체 전월세 거래량(6만 5287건) 중 월세 거래량이 전세보다 1만 건 가까이 많은 3만 7352건을 기록하면서다. 서울 주택 월세 비중은 지난해 1월 49%에서 2월 52%로 절반을 넘긴 뒤 11개월 연속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기준 지난해 12월 월세 비중도 54.6%로 전월(52.4%) 대비 2%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경기도와 인천의 2022년 12월 월세 비중은 각각 53%, 49%로 모두 지난해 5월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지난해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연 6~7%에 달한 반면 전월세전환율은 3~4%선으로 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빌라왕 사태’ 등 전세사기 피해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속출하고 있는 것도 ‘월세 선호’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106건의 전세사기 사례를 분석한 결과 피해자 중 30대와 20대 비중은 각각 50.9%, 17.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피해자 10명 중 7명은 2030 청년층이었던 셈이다.


한편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자 은행권에서는 전세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저금리 대출 상품 취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주택도시기금 수탁 은행인 KB국민·신한·NH농협·IBK기업은행은 2월 중 ‘전세피해 임차인 버팀목전세자금’ 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이 상품을 지난 9일 단독 출시한 바 있다.


전세피해 임차인 버팀목전세자금은 전세사기 등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 차주에게 1억 6000만 원까지 연 1%대 금리로 대출을 내주는 상품이다. 신청 대상은 전세피해 주택 보증금이 5억 원 이하이고 보증금의 30% 이상을 피해본 무주택 세대주다. 부부 합산 연소득은 7000만 원 이하, 순자산가액 5억 6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