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인베스트먼트가 국내 벤처캐피털(VC)로는 약 1년 만에 기업공개(IPO)에 도전한다. 특이한 점은 기업가치 평가에 관습적으로 쓰이던 ‘순이익’ 대신 ‘운용자산(AUM)’을 공모가 계산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순이익이 VC의 기업가치를 평가하기에는 불안한 지표”라는 업계의 고민을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B인베는 다음 달 23~24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3월 2~3일 일반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VC가 상장에 도전하는 것은 지난해 2월 코스닥에 입성한 스톤브릿지벤처스(330730) 이후 처음이다.
LB인베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021억~1184억 원이다. LB인베는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006800)과 함께 ‘운용자산 대비 기업가치(EV/AUM)’라는 독자적인 방법론을 개발해 적정 몸값을 산정했다.
LB인베는 아주IB투자(027360)·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다올인베스트먼트(298870) 등 경쟁사 6곳의 총 기업가치(시가총액+순부채)에 이들의 2020~2022년 평균 운용자산 규모를 나눈 지수를 LB인베의 운용자산에 곱해 적정 시가총액을 계산했다. 운용자산이 클수록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 이들 6개 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까지 별도로 반영해 희망 공모가를 제시했다.
이는 그간 다올인베·스톤브릿지벤처스·컴퍼니케이 등 다른 VC들이 상장 당시 ‘주가순이익비율(PER)’을 바탕으로 희망 공모가를 제시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VC는 유독 순이익에서 평가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자본시장 환경에 따라 손익 변동성이 크다. VC가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투자 자산의 ‘시세’가 오르면 순이익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VC별로 투자 자산 시세를 계산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상장 과정에서는 문제다. 예를 들어 두 VC가 똑같이 컬리에 투자했다고 해도 기업가치를 각자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운용자산을 가치 산정에 활용하면 순이익에 비해 안정성이 높아진다. LB인베는 아직 실현하지 않은 채 투자 자산 가치에 따라 달라지는 평가이익과 달리 관리·성과보수처럼 ‘현금으로 확정된 이익’이 운용자산에 비례해 커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VC 11개 사의 시가총액과 운용자산의 상관계수는 0.7로 나타났다. 반면 순이익과 시가총액 간 상관계수는 0이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시가총액과 연관성이 높다는 뜻이다.
운용자산이 VC의 성장 잠재력과 평판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도 고려 요인이었다. VC들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펀드 자금을 유치해 운용한다. 운용자산이 꾸준히 늘어나는 회사일수록 성장성과 출자자(LP)들의 평가가 좋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LB인베의 운용자산은 2018년 6898억 원에서 2022년 1조 1405억 원으로 5년 새 65.3% 불어났다.
다만 단순한 운용자산 규모는 투자 자산 평가손익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운용자산 상당수가 VC가 직접 보유한 자금이 아닌 기관투자가로부터 위탁받은 부분이라는 것도 가치 평가에 활용하기에 취약한 대목이다. LB인베와 미래에셋증권이 PBR을 함께 고려한 이유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운용자산 대부분은 VC 몫이라고 볼 수 없지만 PBR은 순수 주주들에게 귀속되는 가치”라며 “운용자산 자체만 보면 운용사 출자 규모나 투자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할 수 없는데, 이익 변동성이 크거나 자기자본을 빌려 지렛대 효과를 내는 금융업에서는 PBR을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