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원장을 포함한 임기 중 마지막 고위 법관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사법부 내 김명수 측근 '알박기 인사'가 될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대체로 비교적 합리적인 인사였다는 평가이지만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사실상 대법원장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의 파장이 사법부 대거 이탈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대법원이 발표한 ‘2023년 전국 법원장 정기인사’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장에는 윤준(사법연수원 16기) 광주고등법원장이, 서울중앙지법원장에는 김정중(26기) 서울중앙지법 민사2수석부장판사가 각각 임명됐다. 이번에 임명된 법원장은 총 14명으로 울산지방법원과 제주지방법원을 제외한 12명이 사전에 전국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통해 오른 후보들이다. 해당 법원 판사들이 사전 투표를 통해 선출한 복수의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을 김 대법원장이 최종 지명 방식이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지난 2019년 처음 도입돼 올해 전국 법원으로 확대됐다. 인사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더욱 강화시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앞서 사법부 내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김 대법원장 '측근 알박기'가 대거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높았다.
실제 서울중앙지법원장의 경우 3명의 최종 후보 가운데 2명이 김 대법원장 측근 인사로 분류된 인사였고, 이 중 송경근 민사1수석부장판사의 경우 동시에 두 곳의 법원장 후보에 오르면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측근 인사 알박기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지난해 12월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다행이 이번 인사는 실력과 평가 위주로 이뤄졌다는 게 법원 내부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안팎에서 오랫동안 제기된 측근 인사 기용 문제를 김 대법원장이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자칫 인사 이후 적지 않은 파장이 일 수 있다는 압박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법원장이 인사를 앞두고 법원 내·외부의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전국으로 확대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한 사법부 내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인사에서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을 포함해 수석부장판사 8명이 법원장에 올랐기 때문이다. 각 지방법원의 수석부장판사들은 김 대법원장이 임명한 이들이다. 외형은 민주적 선출 방식을 띄고 있지만 실상은 대법원장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어 정치적 편향 인사를 고착화시키는 구조라는 것이다.
판사들의 줄사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고등법원 판사 15명이 퇴직해 고법판사 제도가 도입된 2011년 이후 최다치를 기록했다. 고법 판사는 지방법원 부장판사급으로 법원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사법부 내 핵심 인력들이다. 그간 특정 연구회 출신들로 채워진 코드 인사에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마저 사라지면서 판사들의 로펌행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법원 내부에선 조만간 이뤄질 일선 법관 정기인사에서 얼마나 많은 인력이 빠져 나갈 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최대 50명이 넘는 판사들이 한꺼번에 법복을 벗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