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3년간 발이 묶였던 중국인들이 춘제(음력 설) 연휴 기간 꽁꽁 닫았던 지갑을 열면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방역이 완화됨에 따라 출입국 인원과 관광객이 급증했고 억눌렸던 수요가 보복 소비로 이어지면서 중국 전역에는 모처럼 활력이 돌았다. 주요 관광지에는 하루 수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고 호텔과 항공편 예약도 크게 늘었다. 쇼핑센터와 식당가에도 넘쳐나는 인원들로 장사진을 이룰 정도였다. 올해 전 세계 주요 국가의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 중국발 경제 회복 수요를 선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춘제 연휴가 시작된 21일부터 26일까지 6일간 중국의 출입국 인원은 239만 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춘제 연휴(1월 31일∼2월 5일)보다 123.9% 증가한 수치다.
입국 인원은 120만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127.2%, 출국 인원은 119만2000명으로 120.7% 늘었다.
중국 문화여유국은 이날 춘제 연휴 기간 자국 내 관광객이 3억 800만명에 달해 작년 동기보다 23.1% 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의 88.6% 수준을 회복했다.
이 기간 관광 수입은 3758억 4300만 위안(약 68조 6500억 원)으로 작년보다 30% 증가했고, 2019년 같은 기간의 73.1% 수준이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과 '제로 코로나' 정책 시행으로 지난 3년간 타 지역으로의 이동이나 출입국이 엄격히 통제돼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방역 조치가 완화되고 이달 8일부터는 출입국 제한 조치까지 해제되면서 춘제 연휴 기간 이동이 가능해졌다. 귀향은 물론 여행 수요까지 크게 늘었다.
중국 국가철도그룹에 따르면 26일 중국 전역에서 1만138회의 여객열차가 운행돼 1028만 8000명을 운송했다. 이는 올해 춘윈(춘제 특별운송기간)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4.3%가 늘었고 철도를 포함한 전체 대중교통 운송객은 4356만 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9% 증가했다.
전국 주요 관광지에는 인파로 마비되기도 했다. 상하이시, 안후이성 황산, 후난성 장자제, 산시성 시안 등에는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상하이 예원 등불 축제에는 하루 10만 명이 몰렸다. 하루 입장객이 3만 5000명이나 된 황산에는 눈까지 내려 하산길이 정체를 빚어 1시간도 안 되는 길을 7시간 넘게 내려오기도 했다. 시안 빙마용 등에선 티켓을 예매했으나 입장하지 못한 관광객들이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유명 관광지 곳곳에선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려 원성을 샀다.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이 늘어나면서 일부 국가에선 중국발 특수를 노리기 위해 환영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태국이 대표적인 국가다. 태국 정부는 3월 말까지 입국한 중국 국적자에게 도착 후 30일짜리 비자를 내주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기존 15일에서 2배 늘린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업이 10% 가량을 차지하는 태국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만 해도 외국인 방문객 약 4000만 명 중 27%인 1099만 명이 중국인이었다. 지난해에 태국을 방문한 중국인 여행자는 2.37%인 26만 명에 그쳤다.
태국 정부는 올해 중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500만 명으로 잡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태국 싱크탱크 카시콘리서치센터를 인용해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2023년 태국 GDP 성장률이 0.6%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여행 수요 증가에 따라 상하이 시상항공과 춘추항공은 지난 18일 상하이발 태국행 정기 노선 운항을 4년 만에 재개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코로나 이전만 해도 중국인 방문객이 연간 200만 명에서 지난해 10만명 미만으로 줄어들면서 타격이 컸다. 올해는 25만 명 이상의 중국인 여행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중국발 여행 수요에게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중국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2월 28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 2일부터 외교·공무, 필수적 기업 운영, 인도적 사유 등의 목적을 제외한 단기 비자 발급을 1월31일까지 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를 다음달까지 늘린 것이다.
중국도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지난 10일 한국 국민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한 상태다.
중국은 내달 6일부터 20개 국가로의 단체 관광도 허용하기로 했으나 한국은 제외했다.
이에 따라 중국발 여행 수요를 노렸던 국내 항공, 여행, 면세, 쇼핑 등의 업계도 당분간은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