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7도·폭설 쯤이야…슬램덩크 굿즈 사러 1000명이 몰렸다

26일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 오픈
전날부터 수백명 몰리며 문전성시

지난 26일 오전 10시30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문을 연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에 앞에 사람들이 매장 안에 들어가기 위해 모여있다./백주원기자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서태웅이고, 오늘 유니폼만 3개를 샀어요”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문을 연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앞에서 만난 오현아(19)씨는 슬램덩크 굿즈를 양손 가득 들고 만족스러운 얼굴을 한 채 이렇게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왔다는 오 씨가 이날 받은 입장 번호는 18번. 이 번호를 받기 위해 그는 전날 점심 때부터 줄을 섰다. 장시간의 대기시간을 예견했던 그의 어깨에는 대기 시간에 쉴 수 있는 캠핑 의자가 있었다. 오 씨는 “원래부터 스포츠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했는데 최근 슬램덩크 극장판이 개봉하면서 더 좋아하게 됐다”며 “간밤에 대기번호 18번을 받고 잠시 고척동 집에 들려서 1시간 자고 새벽 4시 50분쯤 다시 와서 줄을 섰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여의도역으로 이어지는 지하통로에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에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줄 지어 있다./백주원기자

영화 ‘슬램덩크’ 인기…"굿즈에 100만원 기본이죠"

1990년대 인기를 끈 농구 만화 ‘슬램덩크’가 최근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제작돼 인기몰이를 하는 가운데 ‘그 시절’ 만화에 열광했던 3040 세대는 물론 새롭게 작품을 접한 1020 소비자가 열광하며 관련 콘텐츠에 지갑을 열고 있다. 팝업 스토어 역시 그 연장선 상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며 엄청난 ‘오픈런’을 불러일으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폭설이 내린 지난 26일에는 새벽 6시가 채 되기도 전부터 수백 명의 인파가 더현대 서울 앞에 몰렸고, 백화점 지하 2층에서 지하철 여의도 역으로 연결되는 지하통로는 대기인원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SMG홀딩스 측은 이날 대기 인원이 1000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영하 17도에 이르는 추위와 새벽잠을 이겨내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목표는 단 하나. 인기 만화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에서 한정판 굿즈를 손에 넣는 것이었다.



26일 오전 10시30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문을 연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에서 한정수량으로 판매하는 캐릭터별 유니폼이 오픈 직후부터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백주원기자

26일 오전 10시 30분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에서 한 구매자의 결제 포스기 금액이 100만 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백주원기자

‘덕질’에는 한도가 없다고 했던가. 전날부터 기본 12시간은 족히 기다린 사람들에게 100만 원은 우스웠다. 백화점 출입구 셔터 문이 열린 오전 10시 30분 경. 대기 번호 1~30번을 부여 받고 첫 번째 입장 그룹에 속한 ‘위너’들은 순식간에 매장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각자 마음 속에 담아두던 굿즈들을 양손 가득 챙기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정 수량만 판매되는 탓에 원하는 굿즈를 손에 얻기 위한 이들의 경쟁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전리품을 챙겨가듯 따로 챙겨온 보조 가방에는 굿즈들이 가득 찼고, 결제 포스기에서 찍히는 총액은 순식간에 60만 원, 80만 원, 1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가득 쌓여 있던 상품들이 순식간에 바닥을 보였다. 먼저 입장한 사람들이 대량으로 구매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뒷번호 사람들은 팝업 스토어 밖에서 아쉬움의 목소리만 내뱉을 뿐이었다. “처음에 들어간 사람들이 다 가져가면 어떻게 하냐. 우리는 절대 못 사겠다. 이미 구매 포기 각이다.”


팝업스토어에 이처럼 많은 사람이 몰린 데에는 최근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27일 기준 개봉 2주 만에 누적 관객 수 167만 명을 돌파해 200만 명을 앞두고 있다.


농구용품 불티…정대만 사케는 품귀현상

영화의 인기는 유통가에도 퍼져 농구 용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 11번가에서는 이달 4일부터 24일까지 농구복(148%), 농구가방(14%) 등의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고, 같은 기간 G마켓에서는 농구화 매출이 324%, 농구복이 35%, 농구가방이 16% 증가했다.



정대만 사케로 알려진 ‘미이노고토부키’./사진 제공= 지자케 씨와이 코리아

주류업계에서도 때 아닌 슬램덩크 열풍이 불고 있다. 극 중 등장인물인 ‘정대만’의 이름을 딴 술이 품귀 현상을 빗고 있기 때문이다. ‘정대만 사케’로 불리는 이 술은 ‘미이노고토부키 준마이 긴조’라는 일본 술이다. 슬램덩크 원작자인 이노우에 타케히코는 후쿠오카의 ‘미이노고토부키‘라는 양조장에서 만든 술을 즐겨 마셨는데, 이후 슬램덩크 캐릭터를 만들 때 양조장명(名)에서 조사인 ‘노(の)’를 빼고 남은 한자의 다른 발음을 적용해 ‘미쓰이 히사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이 미쓰이 히사시가 국내에는 ‘정대만’으로 알려진 원작 속 캐릭터다. 미이노고토부키에서 만드는 술 중에서도 병 표면에 ‘14’라는 숫자가 붙은 제품이 정대만 사케다. 14는 알코올 도수를 의미하는데, 만화에서는 정대만의 등 번호이기도 하다. 이 술은 원작자 허가를 받아 병 겉면에 슬램덩크 주인공들이 뛰는 팀 ‘북산’, 일본명 쇼호쿠(湘北) 유니폼을 새겼다.


국내에서 미이노고토부키를 공식 수입하는 지자케 씨와이 코리아는 이달 중순 “최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인기로 정대만 사케 재고가 소진돼 소매 판매를 중단한다”며 “2월 중순 정도에 재판매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슬램덩크가 3040세대들의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면서 관련 굿즈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정대만 사케도 이름과 관련된 재미있는 히스토리가 부각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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