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10시 30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는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기 위해 약 30명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청래·박찬대·서영교·장경태 최고위원 등 친명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주를 이룬 가운데 강득구 의원처럼 계파색이 옅은 이들도 있었다. 이 대표가 변호사 한 명만 대동하고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귀갓길 배웅’ 방식으로 결집한 셈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검찰이 이 대표를 2차 소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대응 방안을 놓고 의견을 모으는 모습이다. 앞서 이 대표가 “당당하게 싸워 이기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친명계를 중심으로 검찰의 재출석 요구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하기로 결론을 지은 상황에서 이른바 ‘망신 주기’를 위해 다시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이 대표에게 똑같은 질문을 재탕 삼탕 해가며 시간 끌기를 했다고 한다”며 “최종 판단은 이 대표 본인이 하겠지만 검찰이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면서 망신을 주려고 하고 있는데 다시 나갈 이유가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검찰이 재소환 통보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대장동 건으로 또다시 포토라인에 서는 모습은 좋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검찰의 재소환 통보를 거부할 경우 자칫 구속영장 청구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친명계 중진 의원은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재소환 통보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한 투쟁의 강도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도 검찰에 출석하면서 “오늘 이 현장을 기억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를 향해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이라며 날선 표현을 쓰기도 했다.민주당은 “검사가 수사권을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인가”라고 직격했다. 서초동에 집결한 지지자들을 향해 결집을 주문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민주당이 사실상 장외투쟁에 돌입했다고 보는 해석도 나왔다.
민주당은 당분간 당 밖에서는 지지층 결집을 통한 여론전을 이어가면서 원내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관련 김건희 여사 특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추진에 당력을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원내 관계자는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속속 나오고 있고 이 장관 문책 여론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2월 임시국회부터 본격적으로 특검과 탄핵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소환 조사 직후 이 대표와 민주당 모두 대정부 공세 강도를 높이는 강경 모드로 나오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뻔뻔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과 이 대표는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에 불복하며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가를 광장의 충돌로 내몰고 있다”며 “한술 더 떠서 범죄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 것을 넘어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마치 군사 독재에 맞선 민주화운동마냥 검찰 독재에 맞선 민주화 투사인양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서면 논평에서 “이런 당당한 피의자를 본 적이 없다”며 “사법 정의를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으며 법치와 정치의 개념과 시스템 전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며 ‘독재 정권’이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이 대표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실의)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