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6월부터 수입 식품 심사 시스템인 ‘전자심사24(SAFE-i24)’를 도입한다. 검사관이 직접 하던 일부 서류 검사를 디지털 자동 심사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는 하루 남짓 걸리는 검사 시간이 5분가량으로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자는 연간 60억 원 이상의 물류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고 국민에게는 보다 안전한 식품을 신속히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전 세계 식의약 규제 기관들 중 수입 식품 서류 검사를 디지털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우리 정부 내에서도 심사 업무를 디지털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은 식약처가 최초다. 식약처는 우선 올해 전체 수입 식품 심사 중 5%를 전자심사24로 처리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30%까지 처리량을 늘릴 방침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전자심사24를 도입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국제 교역 활성화로 수입 식품 신고 건수가 연간 80만 건을 넘어섰고 한 건당 261개 항목을 사람이 직접 처리해야 한다”며 “수입량은 매년 약 2.1%씩 늘어나는데 신고된 수입 식품을 검사하는 인력을 증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형·반복적인 서류 검토 과정이 자동화되는 만큼 관련 업무를 맡던 검사관은 위해 우려가 더 큰 제품 검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 수입 식품 안전 관리 강화 효과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각종 심사·허가·승인·감독 등을 하는 규제 기관이다. 워낙 방대한 분야에서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 보니 민간의 불만과 견제도 만만찮다. 일각에서는 깐깐한 심사가 K바이오의 신약 개발 속도를 더디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처장은 오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식약처의 의료 제품 허가 심사 기간은 120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300일, 유럽의약품청(EMA)의 277일, 일본의 365일, 캐나다의 300일에 비해 짧다”며 “수수료도 한국은 883만 원인데 비해 미국은 34억 2000만 원, 유럽은 4억 3000만 원, 일본은 5억 800만 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허가 심사에 필요한 자료가 미흡할 경우 보완을 요구하는데 외부에서는 보완 기간까지를 심사 기간이라고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오 처장은 식약처의 규제는 갑질이 아니라 해외 진출을 위한 울타리라고 다시 강조했다. 그는 “의약품에 불순물이 들어가거나 부작용 등을 적절히 예상하지 못하면 오히려 치명적일 독이 될 수 있다”며 “국내의 울타리가 탄탄해야 해외 진출도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디지털 기반 스마트 안전 시스템 구축, ‘규제혁신2.0’을 통한 수요자친화적 규제 혁신으로 규제·심사 개혁에 나선다. 올 6월에는 소비자·업계가 직접 혁신 과제를 제안하고 선정하는 수요자 중심의 규제 혁신 로드맵도 수립할 계획이다. 오 처장은 “국제 기준에 비춰볼 때 식약처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규제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런 것을 빨리 발굴해 국제 기준과 맞춰주는 것이 규제혁신2.0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