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퀀텀) 기술의 경우 현재 조기축구 멤버들에게 2030년대 월드컵 4강을 준비하라고 하는 셈입니다. 그렇지만 10~15년을 보고 산학연정이 집중 투자하고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양자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인력 양성, 연구개발(R&D) 투자, 인프라 구축, 국제 협력 등에서 너무나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2026년 50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하고 있으나 미국 IBM은 지난해 말 433큐비트급 구현에 이어 올해 1000큐비드급을 달성하기로 한 것이 단적인 예다.
컴퓨터·통신·센서 분야로 구성된 양자기술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파괴적 혁신을 꾀할 게임체인저로 통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 말 IMF 환란 사태 당시 디지털 혁명을 선도하고 이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나름대로 잘 올라탔으나 퀀텀점프를 가능하게 할 글로벌 양자 혁명 대열에서는 상당히 뒤처져 있다. 그동안 미국·중국·유럽·일본 등 해외에서 민관을 합쳐 족히 총 수백 조 원의 투자비를 쏟을 동안 실상 우리는 두 손 놓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자기술은 반도체·인공지능(AI)·배터리·디스플레이·바이오·사이버보안·우주항공 등 국가전략기술의 기초 인프라 격이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은 “2019년 IBM이 5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시연한 뒤 정부와 기업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정도로 만시지탄이 있다”며 “하지만 과거 삼성이 반도체 후발 주자였지만 이후 집중 투자를 통해 세계적 강자가 됐듯이 10~15년을 보고 양자생태계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 8년간 3040억 원 정도의 양자 예비타당성 검토도 무산시켰다가 2021년 말에야 10대 국가전략기술(지난해 말 12대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켰다. 현재 투자 규모를 늘려 8년간 9000억 원대 후반 규모의 양자 예타 기획안을 수립 중이며 3월 말 이후 심사에 돌입하게 된다. 예타가 통과되면 올해 1000억 원 미만의 양자 R&D 규모 증가, 인력 양성과 인프라 확충, 국제 협력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손영익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대학원을 나와도 일할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어 미국 등 양자 선도국으로의 인력 유출이 우려된다”며 “양자 인재 양성과 국제 협력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캐나다 워털루대를 중심으로 한 퀀텀밸리처럼 대전 양자밸리라든지 연구·인력·기업이 어우러지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