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0년간 0.6%포인트씩 올려 현행 9%에서 15%로 높이는 내용의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을 둘러싼 이견이 커 개혁안은 예정보다 일주일가량 늦은 다음 달 초 제출될 가능성이 크다.
30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는 27~28일 회의를 열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5%로 올리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그 방법으로는 10년 동안 연간 0.6%포인트씩 단계적으로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간자문위의 한 관계자는 “대체로 연금을 더 내는 방향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며 “인상 속도와 방법에 대해서는 논의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보험료율 15%는 2018년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통해 정부가 권고한 보험료율보다 높다. 당시 정부는 보험료율을 12%와 13%로 인상하는 방안이 포함된 네 가지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초 이 수준에 맞춰 개혁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민간자문위가 인상 폭을 늘린 데는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2년 앞당겨진 점이 작용했다. 앞서 27일 발표된 제5차 재정추계 시산(試算) 결과에 따르면 현행 제도(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 시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적자 전환해 2055년 소진된다. 5년 전 전망보다 각각 1년과 2년 앞당겨졌다.
다만 소득대체율 조정에 대해서는 입장 차가 여전하다. 재정 안정을 강조하는 위원들은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는 방안, 노후소득보장을 강조하는 위원들은 45~50%까지 올리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위원은 빠른 재정 안정을 위해 소득대체율을 30%로 낮추는 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자문위 관계자는 “소득대체율을 둘러싼 이견이 커 개혁안 초안도 작성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달 중으로 권고안을 제출하려 했으나 추가 회의 등으로 제출 시기가 다음 달 둘째 주로 미뤄질 듯하다”고 말했다.
민간자문위의 단일안 마련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간자문위는 최대한 적은 수의 권고안을 제출하고, 권고안 내용도 비슷하게 마련해 국회의 연금 개혁 논의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2018년처럼 권고안을 4개나 내놓는 것은 사실상 민간자문위가 아무런 권고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그보다 적은 수의 권고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대체율 40%와 50%도 굉장히 큰 차이”라며 “최대한 그 격차를 좁혀 비슷한 수준의 권고안을 제출하고 국회가 현실성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간자문위는 연금 가입 상한 연령을 현행 59세에서 상향 조정하는 방안 역시 권고할 예정이다. 현재 62세인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상향되지만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상한 연령은 59세로 묶여 있다. 민간자문위는 고령화로 장년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났으니 가입 상한 연령도 그에 맞춰 상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자문위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의 입장이 아니다”라며 “국회 연금특위에서 개혁 방안을 마련하면 그 결과를 참고하고 국민 의견을 반영해 올해 10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