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3개월 새 더 차가워졌다. IMF는 지난해 7월 2.9%이던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10월에는 2.0%로 하향 조정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1.7%로 낮췄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글로벌 경기 침체 폭이 예상보다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만 뒷걸음질한 점이다. IMF가 31일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9%로 끌어올리면서 우리 경제와의 격차는 0.7%포인트에서 1.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주요 선진국만 따로 떼어내 보면 격차는 더 도드라진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4.4%에서 0.8%포인트 높은 5.2%로 올랐고 미국 전망치도 1.0%에서 1.4%로 상승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1.8%)보다도 못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뼈아픈 지점이다. 우리 성장률이 일본에 뒤진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IMF는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중국의 리오프닝(오프라인 활동 재개)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와 미국과 유럽 국가 등 주요국의 예상 외 견조한 소비와 투자를 고려해 성장률을 소폭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이례적으로 세계경제 흐름과 반대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달리 말하면 대내에 잠재된 불안 요인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가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는 점”이라면서 “고금리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경우 이 문제가 우리 경제의 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다고 IMF가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부터 가팔라진 우리 경제의 둔화세가 이번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수출 부진에 내수를 떠받치던 소비마저 꺾이면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를 기록했다. 이런 역성장 여파가 올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올 1분기 역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1월 무역수지 등 주요 지표는 불안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IMF가 직전 전망에서 우리 경제를 다소 낙관적으로 봤다가 최근 상황을 보고 전망치를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IMF가 내다본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와 한국개발연구원(KDI·1.8%)보다 낮고 한국은행(1.7%)과는 같다. 정부(1.6%), 아시아개발은행(ADB·1.5%) 등보다는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