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4통신사’ 설립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5세대 이동통신(5G) 28㎓ 대역 뿐만 아닌, 통신 3사가 주력하는 3.5㎓ 인접 주파수도 제공해 전국망의 새로운 이동통신사가 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거액의 투자비 경감을 위해 주파수 할당 납부 부담을 줄이고 기존 통신3사가 구축한 망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도 내놨다. 28㎓ 대역의 빠른 속도를 5G 마케팅에 활용하면서도 투자는 소홀히 한 통신 3사 대해 정부가 강한 경고장을 던졌다는 평가다.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28㎓ 신규사업자 진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할당이 취소된 KT와 LG유플러스의 28㎓ 2개 대역 중 1개에 신규사업자를 모집하는 방안이다. 과기정통부는 ‘전국망 제4통신사’의 등장을 목표로 전폭적인 지원안을 내놨다. 우선 28㎓ 대역 중 800㎒폭을 신규사업자에게 3년간 독점 할당한다. 신호제어와 과금에 사용하는 ‘앵커주파수’도 활용성이 높은 700㎒ 대역과 1.8㎓ 대역 등으로 제공한다.
주파수 할당단위는 전국과 지역을 선택할 수 있지만, 신규사업자가 5G 전국망 구축을 희망하면 기존 통신 3사가 사용하는 3.5㎓ 대역과 유사한 3.7㎓ 공급도 검토한다. 이 경우 명실상부한 제4통신사가 등장하게 된다.
투자비 경감을 위한 정책도 마련했다. 이동통신망 구축을 위해서는 기지국 설치 뿐 아니라 기지국간 연결을 위한 유선통신망이 필요하다. 과기정통부는 신규 사업자가 한국전력과 기존 통신사들의 관로·광케이블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존 통신사에 내야 할 상호접속료도 낮출 수 있는 특례를 마련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완전 자가구축보다 최대 40% 이상 망 구축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또 주파수 할당금의 초기 납부액을 줄이고, 정책금융으로 사업 자금을 저렴한 금리에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산업은행 등을 통해 4000억 원 가량의 정책금융을 마련했고 필요하다면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단말 공급을 위한 지원안도 준비했다. 28㎓ 지원 자급제 스마트폰 출시를 돕고, 다수 사업자가 선정된다면 장비·단말 공동구매도 지원할 계획이다. 정창림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삼성전자도 일정 수준 이상 규모가 확보된다면 28㎓ 지원 기기 출시 의지가 있다”고 전했다.
그간 제4통신사 도입 방안은 7차례 가량 논의 됐지만 막대한 투자금에 매번 좌초됐다. 과기정통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신규 사업자를 위한 여건이 활성화 돼 있다는 판단하에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놨다고 한다. 통신3사 과점체제가 고착화되자 신규사업자로 판을 흔들겠다는 것이다.
홍 실장은 “과거에는 휴대전화 단말 공급을 통신사가 사실상 독점했고 알뜰폰도 없어 제4통신사의 진입장벽이 높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며 “많은 인원이 몰리는 경기장·광장 등 일부 지역에 28㎓ 핫스팟을 설치하고 일반 망은 알뜰폰을 활용하는 동시에 자급제 단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투자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신규사업자가 300개 가량의 28㎓ 핫스팟을 설치할 경우 3000억 원 가량의 투자비가 들 것으로 본다.
업계는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만큼,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제4통신사가 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알뜰폰 시장에 본격 진출한 토스와 자급제 단말기 유통망 1위인 쿠팡을 비롯해 이음5G 사업자 등이 언급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컨소시엄 형태의 참여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홍 실장은 “소비자 접점이 많은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이룬다면 충분히 진입이 가능하다 본다”며 “TF를 통해 잠재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