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생산이 3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고 투자도 7%넘게 빠지는 등 우리 경제가 급속히 둔화하고 있다. 이달까지 10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유력한 가운데 올 한 해 우리 경제의 1% 성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2.0%에서 1.7%로 끌어내렸다.
31일 통계청의 ‘1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全)산업생산은 11월보다 1.6% 감소했다. 2020년 4월의 1.8% 하락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1년 전과 비교해도 0.8% 줄었다.
특히 우리 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 생산이 1년 전보다 15.8%나 쪼그라들었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0.2% 줄면서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서비스업 생산이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10년 6~9월 이후 12년 3개월 만이다. 설비 투자 역시 7.1%나 급감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제품 판매가 줄면서 기업 투자도 축소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그나마 소매판매가 1.4% 늘었지만 연초부터 난방비·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이 맞물리면서 소비 여력이 움츠러들고 있다.
그 결과 올 1분기 경기는 살얼음판이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020년 2분기 이후 2년 6개월 만에 역성장한 데 이어 올 1분기 역시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로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5로 0.5포인트 내려 2010년 10월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IMF는 이날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9%로 끌어올리면서도 한국의 전망치는 1.7%로 0.3%포인트 낮췄다. 중국의 리오프닝, 미국·유럽의 예상을 뛰어넘는 견조한 소비 등으로 이전보다 상향 조정한 다른 나라의 성장률과 달리 우리 성장률은 더 암울하게 본 것이다. 허진욱 인천대 교수는 “반도체 경기 둔화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며 “일러야 하반기쯤 경기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