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년 만에 박정희 생가 참배 “위대한 지도자”

朴 고향 구미로 올해 첫 지방 일정
정치 참여 선언 이후 세 번째 참배
회의에서도 “박정희 탁월한 통찰력”
尹心전대 논란에 전통 지지층 동요
2주 만에 TK 지지율 52.3→41.7%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 페이스북 캡쳐.

지난해 2월 18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구미시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를 찾아 참배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참배했다. 지난해 2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신분으로 생가를 방문한 지 약 1년 만이다. 윤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 생일을 하루 앞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데에는 ‘나경원 불출마 사태’ 등으로 인한 보수층 내 균열을 다독이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추모관에서 헌화 및 참배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추모관에서 헌화와 분향 그리고 묵념을 올려 박정희 전 대통령에 예를 표한 후 박동진 생가 보존회 이사장으로부터 내부에 전시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생전 사진에 대한 소개를 듣고 환담을 나눴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위대한 지도자가 이끈 위대한 미래 국민과 함께 잊지 않고 이어 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방명록에 '위대한 지도자가 이끈 위대한 미래 국민과 함께 잊지 않고 이어 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철우 경북지사 페이스북 캡쳐.

이철우 경북지사, 김장호 구미시장, 구자근·김영식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이 동행했다. 약 2000명 가까운 지지자들이 박수와 환호로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님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다만 참배 일정은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에게는 공지되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의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문은 정치 참여를 선언한 뒤 이번이 세 번째다. 2021년 9월에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신분으로, 지난해 2월 18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그리고 이날 대통령 신분으로 생가를 찾았다. 윤 대통령은 오는 2일 생일을 맞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전날 전희경 정무1비서관을 직접 대구 달성 사저로 보내 축하 난을 전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상북도 구미시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열린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에 참석에 앞서 재학생·재직자의 직무훈련을 참관하며 인사말 뒤 박수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이번 구미 방문은 올해 첫 지방 일정이다.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제 1차 인재양성전략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기 위해서였다. 회의 장소는 금오공과대학교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9년 구미 산업단지를 조성한 뒤 고급 산업 인력 양성을 기치로 1979년 금오공대를 설립했다. 윤 대통령은 인재양성전략회의 모두 발언에서도 “금오공대는 국가 미래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가지신 박정희 대통령께서 1975년부터 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 최종 재가를 하시고 1980년에 개교가 된, 박정희 대통령의 얼·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라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 모시기에 나선 건 최근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 내 지지층 이탈이 심상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윤심(尹心)’ 논란에 휩싸이면서 전통적인 당원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일부 거둬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30일 발표한 1월 4주차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 TK 지역의 긍정 평가는 41.7%(전체 응답자 37%)로 나타났다. 2주차 조사에서 집계된 52.3%와 비교하면 10.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3주차 조사에서 TK 지역 긍정 평가는 43.1%였다.


윤심 후보의 약세도 뚜렷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7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결선투표를 가정해 실시한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의원은 59.2%의 지지율을 얻어 김기현 의원(30.5%)을 28.7%포인트 차로 앞섰다.


국민의힘 지지층 410명(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9%포인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안 의원의 지지율은 60.5%를 기록해 김 의원(37.1%)보다 23.4%포인트 높았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당원 투표 100%로 치러진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조사 참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이기는 캠프 출정식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일 대구 북구을 당협을 찾아 당원들과 간담회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권주자들, ‘보수의 심장’ 대구로 집합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이날 윤 대통령의 구미행에 발맞춘 듯 모두 대구로 향했다. 당 대표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두고 핵심 당원 표심에 손을 내밀기 위해서다.


김기현 의원은 대구 서문시장에서 ‘이기는 캠프 대구 출정식’을 열고 “대통령과 신뢰 관계가 잘 형성되어있고 서로의 철학을 이해하고 가감없이 민심을 전달할 수 있는 후보는 오직 김기현 뿐”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출정식에는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과 당이 화합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은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역량을 키우고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후보가 선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대구 서구·북구 지역 당원 협의회를 연달아 방문해 당원 간담회를 진행했다. 안 의원은 “지난 총선의 패배는 수도권의 패배였다. 결국 수도권이 승부처”라며 자신의 중도 확장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서는 “감옥 갈 사람”이라는 거친 표현도 쏟아냈다.


안 의원은 “저는 윤 대통령과 굉장히 일을 하는데 궁합이 잘 맞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중요 발표는 당선인이 하고 저는 뒤에서 묵묵하게 110대 국정과제를 잘 조율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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