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근로자 사망 사고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한 일명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당초 입법 목적과 달리 강한 처벌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처벌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도 정부의 ‘수술대’에 오른 상황이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그동안)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근로자가 죽거나 다치면 사업주와 행위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처벌했지만 실제 처벌은 무겁지 않았다”며 “세월호 참사,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건 등을 겪으며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졌다”고 중대재해법 입법 배경을 설명헀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의 안전보건관리체계 의무를 따져 형사 처벌하는 법으로 작년 1월29일부터 시행됐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기 전 정부와 국회는 2019년 산안법을 전부 개정했다. 2020년부터 이 법을 통해 유해 위험 작업의 도급을 제한하거나 도급인의 책임이 강화됐다. 이 법은 ‘김용균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노동계의 기대를 모았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업체도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는 등 노동계의 기대 보다 낮은 처벌이 여전해서다.
권 교수는 “하지만 경영구조가 다층화된 대규모 기업은 중대재해 책임을 상위 경영진에게 묻는 것이 어려운 모순적 상황이 여전했다”며 “개정 산안법이 (2019년) 시행 된 이후 안전보건의무위반치사죄로 기소된 법인 사업주에 대해 선고된 벌금액은 평균 692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산안법 167조 벌칙 조항을 보면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를 어겨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를 내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다. 실제 재판에서는 벌금이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 것이다. 권 교수는 “중대법은 이런 모순적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경영책임자를 직접 처벌하는 게 목적”이라며 “이는 현행 형사법 체계 아래서 법인기업에 의한 중대재해 발생을 억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영계는 중대재해법에 대해 과도한 형사처벌과 모호한 법 체계 탓에 기업 경영을 가중한다고 지적해왔다. 내년부터 법 대상이 확대되는만큼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노동계는 중대재해법의 느린 수사와 재판이 법 안착을 막는다고 반박해왔다. 법 시행 1년이 지났지만 검찰 기소 사업장은 11곳에 불과하고 1심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대재해법령 개선 태스크포스를 발족하고 6월까지 개선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